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
최고운 지음/위즈덤하우스·1만5800원
<멀쩡한 어른 되긴 글렀군>은 인기 만화 캐릭터 짱구의 인생 처세술을 담은 에세이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캔 맥주를 마시며 짱구 만화책을 보는 것이 오랜 기쁨”이었다는 최고운 작가가 쓴 이 책은 짱구의 남 눈치 보지 않는 당당함, 누구에게도 꿀리지 않는 배짱,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만의 속도를 유지하는 대담함을 예찬한다.
지은이는 힘든 순간마다 짱구의 가르침을 되새긴다. 사회 초년생 시절, 사장의 방에 불려가 “미안하지만 퇴사를 해달라”는 말을 듣고 그는 좌절했다. 자신이 대체 가능한 존재임을 아프게 깨달았을 때 짱구가 잡초에 물을 주며 한 말이 떠올랐다. “잡초도 태어났을 땐 자기가 잡초인지도 몰랐을 텐데. 다른 꽃을 위해 뽑혀 나갈 줄도 모르고 열심히 컸을 텐데…. 그래도 열심히 자랐으니 앞으로도 쑥쑥 커!” 별거 아닐 것 같은 이 말이 뽑힌 잡초 같았던 자신에게 주는 위로의 말로 들렸다.
짱구는 인생의 힘 빼기 기술도 알려준다. 물에서 허우적대는 이에게 짱구는 “뺨에 공기를 가득 넣고 몸에 힘을 빼면 뜰 거야”라고 조언한다. 이건 물에서뿐 아니라 인생을 살아갈 때도 필요한 자세다. 지치고 힘든 순간에 잠시 멈추고 힘을 빼라는 이야기는 잠깐 멈춰서서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
으로도 다가온다.
그뿐인가. “걱정 오래 담아두면 마음에 주름 생겨요”,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게 인생이야”, “멈추고 싶으면 그만 버둥거려. 네가 먼저 멈추라고” 등 수많은 짱구의 어록을 들으면 킥킥 웃음이 나오면서도 마음이 따뜻해진다. 웃음을 잃고 지친 순간 위로가 될 만한 책이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