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이단영 글·그림/이야기꽃·1만3000원
‘아~ 흡!’ 마루에 앉아 빨갛게 잘 익은 토마토를 입을 한껏 벌려 베어 문다. 시원하고 상큼한 과즙이 입안을 가득 채우면 마음은 중력을 뿌리치고 하늘로 두둥실 떠오른다. 현실의 시간은 멈추고 특별한 시간이 시작된다.
그림책 <토마토>는 ‘어떤 음식의 맛’이 사람의 마음을 가득 채우며 평범한 일상을 특별한 순간으로 바꾸는 순간을 포착하는 책이다. ‘오늘도 엄마는 없다. 하지만 토마토는 있다.’ 학교에서 돌아와 텅빈 집을 둘러보는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 하지만 책은 그 배경을 설명하는 대신 냉장고 구석을 채운 토마토와 ‘나는 토마토가 좋다’는 아이의 독백을 통해 아이의 마음속 기억과 감정을 들여다본다. 아이는 토마토를 통해 엄마, 아빠, 할머니와 함께 텃밭에서 토마토를 나눠 먹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린다. 행복한 기억을 떠올리니 주변의 평범한 존재들이 특별해진다. 꽃이 피고, 나무가 손을 흔드는 게 눈에 들어온다. 파란 하늘의 구름은 토마토를 닮은 것만 같다. 아이는 두둥실 하늘로 떠올라 구름과 함께 유영한다. ‘오늘도 나는 토마토를 먹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음식이나 사물에 깃든 특별한 기억과 감정은 우리의 마음을 채우고 위로한다’는 메시지를 읽는 이들에게 전하려 한 것 같다.
“어떤 음식은 우리를 특별한 시간 속으로 데리고 가 주어요. 제겐 토마토가 그래요. 토마토를 한 입 베어 물면, 어렸던 어떤 날, 그날의 기분과 날씨, 냄새와 온도, 입고 있던 옷의 모양과 색깔까지 떠오르지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얘기해 주실래요?”(작가의 말)
책장을 넘기며 아이와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 느껴지는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어른은 ‘유년의 맛과 기억’을 자연스레 떠올릴 듯싶다. 초등 1학년 이상.
이승준 <한겨레21> 기자
gamja@hani.co.kr, 그림 이야기꽃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