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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사람 ‘잡던’ 수술이 사람 ‘살리는’ 수술 되기까지

등록 2020-10-30 05:00수정 2020-10-30 11:44

수술의 탄생

린지 피츠해리스 지음, 이한음 옮김/열린책들·1만8000원

수술이 ‘복불복’의 영역이던 시대가 있었다. 감염 때문이었다. 불과 150여년 전까지만 해도 병원에서 청결은 그저 “수술실 바닥을 닦고, 창문을 여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의사는 수술 ‘후’에야 손을 닦았고, 수술방 옆에는 콜레라로 사망한 환자의 시신이 부패하고 있었다. 감염 관리가 이토록 취약한 상황에서 수술은 죽음으로 가는 지름길이나 다름없었다. 인구 40만명이 사는 도시, 딱 하나 있는 병원의 연간 수술 건수가 120건에 불과했을 정도로 모두가 수술을 기피했던 데는 이런 이유가 있었다.

<수술의 탄생>의 주인공 조지프 리스터는 ‘사람 잡는 수술’을 ‘사람 살리는 수술’로 탈바꿈시킨 19세기 영국의 전설적 외과의사다. 그는 1865년 석탄산(페놀)을 소독약으로 사용해 감염을 통제, 수술을 진정한 의술의 반열에 올려놨다.

수술 후 감염으로 환자는 물론 어머니까지 잃은 리스터는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에 골몰하다 우연히 루이 파스퇴르의 논문을 접한다. 이를 통해 미생물이 감염의 원인임을 짐작한 그는 우역(牛疫)을 잡는 데 효과가 있었던 석탄산을 떠올리고, 이 용액을 물에 섞어 상처에 뿌려본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열에 여덟은 걸어서 병원을 나갔다. 석탄산 살균제는 당대 수술실의 ‘뉴노멀’로 자리 잡았고, 그는 빅토리아 여왕 상임 주치의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리스터가 살균제를 발견한 과정을 지켜보면 의학 발전을 추동하는 힘은 결국 의사의 ‘마음’에서 나온다는 걸 알게 된다. 리스터는 환자를 ‘케이스’(case)로 부르던 관행을 거부하고 ‘가여운 남성’, ‘선량한 여성’이라는 표현을 고집했다고 한다. 환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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