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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이것은 그림책인가 택배 상자인가

등록 2020-11-06 04:59수정 2020-11-06 09:51

무분별한 소비와 쓰레기 등 기후·환경 문제의식 담아
‘당일배송’ ‘취급주의’로 꾸며진, 기발하고 재미난 표지

상자 세상
윤여림 글·이명하 그림/천개의바람·1만5000원

아파트 사이사이 거대한 ‘쓰레기 산’이 있다. 이 쓰레기들은 택배 상자다. 쓰레기 산은 점점 높아져 하늘을 뚫고 우주로 나아갈 기세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인터넷 쇼핑을 하고 택배 상자를 버리기 때문이다.

<상자 세상>은 택배 상자를 통해 무분별한 소비와 쓰레기 문제를 이야기하는 그림책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면서 재활용 쓰레기들이 쏟아지는 요즘 상황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실제로 글을 쓴 윤여림 작가는 재활용 쓰레기통에 가득한 택배 상자들을 보고 이 작품을 구상했다고 한다. 윤 작가는 그 상자를 보며 ‘우리는 끊임 없이 무언가를 소비하고 있구나, 그 소비는 나무가 죽어 만들어진 종이 상자를 통해 우리에게 오는구나’라고 깨달았다. 

천개의바람 제공
천개의바람 제공

책의 주인공은 인간이 아닌 택배 상자들이다. 그들은 일회용품 쓰레기가 되어 버려진다. 배고픔을 느낀 그들은 인간의 세계를 공격한다. 가로등, 자동차, 신호등, 상점 간판 등 무엇이든지 닥치는 대로 먹어치운다. “우걱우걱” “질겅질겅” “쩝쩝” “와작와작” 쓰레기의 역습으로 도시는 아수라장이 된다.

이렇게 음울한 이야기로 끝나는가 싶지만, 그다음 장은 희망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많은 걸 먹어 배부른 택배 상자들은 꿀잠을 자면서 나무가 되는 꿈을 꾼다. 모두 같은 꿈을 꾸고 깨어난 그들은 모여서 나무가 되어보기로 한다. 택배 상자들이 커다란 숲을 이룬다.

천개의바람 제공
천개의바람 제공

의인화된 택배 상자들의 캐릭터 그림을 보는 재미가 있다. 화난 표정의 상자, 웃는 상자, 안경 낀 상자 등 상자마다 다른 특징이 있다. 그 상자들이 장난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난다. 칸이 나뉘는 구성, 말풍선, 손글씨 등 만화 같은 구성도 눈길을 끈다.

책 만듦새도 특이하다. 표지는 ‘당일 배송’, ‘취급주의’ ‘낙하금지’ 문구 등이 있는 택배 상자를 본떠 만들어졌다. 책 가운데 면은 택배 상자를 열듯 양쪽으로 펼쳐 볼 수 있게 했다. 그 펼침 면에는 쇼핑몰에서 구매한 각종 물건이 그려져 있다.

책은 아이들에게 쓰레기 문제로 시작해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등 다양한 환경 문제까지 전할 수 있는 좋은 교재이다. 집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쓰레기는 무엇인지, 쓰레기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 나누면 좋을 듯싶다. 초등 저학년.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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