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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 지음/제철소·9900원 시인이자 출판 편집자 서효인(40)은 ‘가요 덕후’다.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2학년 때 가수 박남정으로 가요에 입문한 그는 코흘리개 친구들과 ‘널 그리며’에 맞춰 ‘기역니은춤’을 추었다. 혜성처럼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을 알고 난 뒤에는 ‘난 알아요’, ‘환상 속의 그대’를 불렀다. 밤새워 시를 쓰고 아침마다 버리던 이십 대에는 에이치오티(H.O.T)의 ‘아이야!’,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들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는 걸그룹 오마이걸에 ‘입덕’했다. 야근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그들의 음악을 무한재생한다. 그가 가요와 함께한 30여년을 기록한 에세이 <아무튼, 인기가요>를 펴냈다. 1990년대 인기가요와 최신 케이팝 이야기, “귀로 들어와 몸을 채우고 가슴에 남”은 노래에 얽힌 추억담이 가득하다. 무주 덕유산으로 캠핑을 가서 룰라와 디제이 디오시(DJ DOC)의 노래를 불렀던 중학교 시절,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를 들으며 견딘 야간 자율학습 시간, 에스이에스(S.E.S)가 탄 차를 발견하고 무작정 쫓아갔던 날 등 이야기를 들려준다. 인생 굽이굽이 길을 지나며 지치고 우울할 때마다 노래가 얼마나 큰 위로가 됐는지도 고백한다. “노래를 듣는 동안이나마 우리는 가까스로 희망을 품는다. 사랑도 하고 이별도 겪는다. 겨우 3분 동안. 무려 3분이나.” 그는 각 장마다 글을 읽으며 들을 ‘노래 목록’도 소개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 이소라의 ‘난 행복해’, 방탄소년단의 ‘다이너마이트’ 등 지난 유행가에서부터 최근 인기곡까지 다양하다. 가요를 사랑하는 이들과 “귀를 통해 손을 잡”고 싶은 그의 바람을 읽을 수 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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