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 소설가·김원영 변호사 메신저 인터뷰
보청기와 휠체어 보조기기로 경험한 ‘사이보그’
“비장애중심 기술, 장애인 현실 외면하고 소외시켜”
보청기와 휠체어 보조기기로 경험한 ‘사이보그’
“비장애중심 기술, 장애인 현실 외면하고 소외시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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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영 변호사(왼쪽)와 김초엽 소설가. ⓒ이지양
장애인 당사자 관점에서 다시 쓴 ‘기술의 미래’
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사계절·1만7800원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능과 신체 한계를 과학기술로 극복한 ‘포스트휴먼’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기를 머지않은 미래 2045년으로 예상한다. 소설가 김초엽과 변호사 김원영이 함께 쓴 <사이보그가 되다>는 이런 ‘기술 유토피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이다. ‘현실의 사이보그’인 장애인들의 삶을 비판의 중심에 둔다. 인공 와우(달팽이관 장치), 휠체어 등 보조기기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과 고통, 과학기술 정보 접근의 격차 등은 장애인들이 피할 수 없는 오늘의 문제다.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의 만남,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장애를 디자인하기 등 다양한 관련 주제가 총 10장으로 구성돼 이 책에 담겼다. 소설가와 변호사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 장애의 경험에 관한 차이와 공통점, 책을 쓰면서 들었던 고민 등을 담은 두 저자의 대담은 이 책의 가장 핵심적 대목일지 모른다. 장애학 관점에서 이뤄져온 과학기술에 관한 새로운 논의와 연구도 소개됐다. 에이미 햄라이와 켈리 프리츠가 2019년 발표한 논문 ‘크립 테크노사이언스 선언’이 특히 자세히 다뤄졌다. 햄라이와 프리츠는 “기존의 주류 장애 기술이 주로 비장애인 전문가들에 의해서,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장애 경험 속에서 일상의 기술을 재구성하고, 미래를 설계하자”고 제안한다. 장애인 딸을 위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 집을 만든 건축가와 디자이너 부부, 휠체어 전동 키트 ‘토도드라이브’를 만드는 소셜 벤처 등의 사례가 생생하게 제시된다. “많은 장애인들이 기술과 연관되어 있고, 그중 일부는 장애인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모든 장애인이 기술의 중심이 될 수는 없으며 모두가 사이보그가 될 수도 없다. 결국 기술과 장애의 관계를 살피는 일은 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살피는 일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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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초엽·김원영 지음/사계절·1만7800원 과학기술은 인간의 삶을 어디까지 변화시킬 수 있을까. 과학자들은 인류가 지능과 신체 한계를 과학기술로 극복한 ‘포스트휴먼’ 시대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그 시기를 머지않은 미래 2045년으로 예상한다. 소설가 김초엽과 변호사 김원영이 함께 쓴 <사이보그가 되다>는 이런 ‘기술 유토피아’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책이다. ‘현실의 사이보그’인 장애인들의 삶을 비판의 중심에 둔다. 인공 와우(달팽이관 장치), 휠체어 등 보조기기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겪는 불편함과 고통, 과학기술 정보 접근의 격차 등은 장애인들이 피할 수 없는 오늘의 문제다. 인간의 몸과 과학기술의 만남, 장애의 미래를 상상하기, 장애를 디자인하기 등 다양한 관련 주제가 총 10장으로 구성돼 이 책에 담겼다. 소설가와 변호사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 장애의 경험에 관한 차이와 공통점, 책을 쓰면서 들었던 고민 등을 담은 두 저자의 대담은 이 책의 가장 핵심적 대목일지 모른다. 장애학 관점에서 이뤄져온 과학기술에 관한 새로운 논의와 연구도 소개됐다. 에이미 햄라이와 켈리 프리츠가 2019년 발표한 논문 ‘크립 테크노사이언스 선언’이 특히 자세히 다뤄졌다. 햄라이와 프리츠는 “기존의 주류 장애 기술이 주로 비장애인 전문가들에 의해서, 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기술”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장애인들이 자신의 구체적인 장애 경험 속에서 일상의 기술을 재구성하고, 미래를 설계하자”고 제안한다. 장애인 딸을 위해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경사로 집을 만든 건축가와 디자이너 부부, 휠체어 전동 키트 ‘토도드라이브’를 만드는 소셜 벤처 등의 사례가 생생하게 제시된다. “많은 장애인들이 기술과 연관되어 있고, 그중 일부는 장애인 사이보그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모든 장애인이 기술의 중심이 될 수는 없으며 모두가 사이보그가 될 수도 없다. 결국 기술과 장애의 관계를 살피는 일은 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성을 살피는 일과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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