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집콕 명절’이다. 고향을 방문하는 대신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길어진 설 연휴. 가족끼리 깊고 긴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배우자, 자녀, 부모와 그동안 하지 못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 당신에게 대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소개한다.
대화에도 고난도 기술과 전략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로런스 앨리슨과 에밀리 앨리슨이 쓴 <타인을 읽는 말>(흐름출판·2021)은 ‘라포르’(rapport) 전략을 알려준다. 라포르는 상호신뢰관계를 뜻하는 심리학 용어다. ‘마음이 서로 통한다’ ‘무슨 일이라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다’ ‘말한 것이 충분히 이해된다’고 느끼는 관계를 말한다.
라포르를 형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솔직함, 공감, 자율성, 복기’라는 4가지 대화 원칙을 따르면 된다. 상대방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를 객관적이고 직접적으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신념과 가치를 이해한다. 더불어 상대방이 한 말을 다시 한 번 정리해 말하며 당신이 듣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야 한다. 이때 “번드르르한 말보다 주의 깊게 경청하는 자세가 견고한 라포르를 형성하는 출발점이 된다”는 걸 명심하길.
노년 세대와 소통을 돕는 <나이 든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는 대화 수업>(데이비드 솔리 지음, 반니·2021)도 대화법 공부에 제격이다. 대화에 앞서 노년 세대의 특징을 이해하라고 지은이는 조언한다. 노인들은 인생 마지막 과제로 ‘통제력 유지’와 ‘유산 찾기’를 생각한다. 노인들은 건강, 친구, 권한을 잃어가며 상실감을 느낀다. 그럴수록 무엇이든지 ‘붙잡고 있어야 한다’는 통제력의 욕구가 커진다. 어느 순간 통제력을 잃어간다는 느낌이 들 때 노인들은 벌컥 화를 내는 등 부정적 방식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험악한 분위기를 만들고 싶지 않다면 “노년 세대가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특히 선택하다, 수행하다, 지지하다, 포용하다 등 행위 동사를 자주 사용하는 게 좋다. 이 동사는 상대방에게 통제권을 준다. 노인들은 이 단어에서 위안을 얻고 대화를 시작할 것이다.
<배려의 말들>(류승연 지음, 유유·2020)은 배려라는 대화의 기본기를 닦는 데 도움이 된다. “진정한 배려는 선한 마음이 아니라 나와 타인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누가 어떤 모습으로 존재하든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마음이 관계의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고. 특히 가장 가까운 ‘0촌’이라는 부부 사이에 ‘배려’는 필수적이다. 책에서는 권투시합 규칙인 ‘돈 히트 언더 더 벨트’(Don’t hit under the belt)를 예로 든다. 권투경기에서 벨트 아래를 치면 반칙이듯 상대가 너무나 아파할 곳을 건드리면 관계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상대를 위해 주는 것만이 배려가 아니다. 상대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는 것도 배려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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