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책&생각

“누구나 ‘내 몸의 주인’ 깨달으면 춤꾼 거듭나는 체험기 냈어요”

등록 2021-02-16 21:16수정 2021-02-17 02:37

[짬] ‘춤의 학교’ 최보결 대표

최보결 춤의 학교 대표는 최근 유큐브 채널을 통해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 춤과 함께 하는 북토크도 하고 있다. 가이아TV 제공
최보결 춤의 학교 대표는 최근 유큐브 채널을 통해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 춤과 함께 하는 북토크도 하고 있다. 가이아TV 제공

“춤은 전문 무용수들만 추는 게 아니에요. 춤의 재료인 몸을 가지고 있는 인간은 모두 춤을 출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춤출 권리’가 있어요. 이 책이 그 권리를 찾게 해주는 역할을 하면 좋겠어요.”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춤의 학교’ 대표인 현대무용가 최보결(55)씨는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미다스북스)를 펴낸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춤과 함께 한 35년의 세월, 춤을 가르치며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첫 자전 에세이다.

‘35년 춤 인생’ 기록 자전 에세이
‘나의 눈물에 춤을 바칩니다’ 출간

무용교사·무용학 박사·한예종 강사
2013년 ‘표현예술 치료과정’ 계기
무대 내려와 ‘거리의 춤 치유사’로
“방구석댄스 함께해 코로나 면역”

그는 무용학 박사(동덕여대)로, 중학교에서 무용교사로 10년간 일했고 대학 강단에도 섰다. 하지만 그는 지금 ‘제도 밖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다. 그의 춤은 형식 없이 자유롭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거리, 광장, 들판 어디에서든지 춤춘다. 사람들은 그를 ‘저잣거리 무용가’, ‘노마드 춤꾼’으로 부른다.

그는 일반인들에게 춤을 알려주는 안내자이기도 하다. 공무원, 교사, 학생, 기업가, 상담가, 암환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춤을 가르쳐왔다. “춤을 배우러 오는 분들이 ‘나를 알고 싶다’, ‘삶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세요. 그런데 나를 찾지 못하는 그 이면에 ‘상처’가 숨겨져 있어요. ‘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상처’가 자리잡고 있으니 내가 느껴지지 않고, 상처만 느껴지고 그것이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결국 춤은 그 상처를 마주하고 드러내는 작업이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만 그걸 견디는 사람들은 상처가 치유되는 경험을 한다. “저에게 춤을 배운 사람들이 제 춤을 ‘치유의 춤’, ‘명상춤’으로 불러요. 전 치유사도 아니고 단지 춤을 가르쳐준 것뿐인데요. 그분들이 춤을 추며 스스로 얻은 거예요. 그 치유가 춤이 지닌 기능 중 하나예요.”

최보결 대표는 ‘누구나 춤을 출 권리가 있다’는 철학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제멋대로 몸을 움직여 춤판을 벌인다. 춤의 학교 제공
최보결 대표는 ‘누구나 춤을 출 권리가 있다’는 철학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자유롭게 제멋대로 몸을 움직여 춤판을 벌인다. 춤의 학교 제공

그의 춤 수업에서는 대단한 기교를 가르치지 않는다. 발목을 푸는 것부터 시작한다. “수강생들에게 발목을 흔들라고 하면 의외로 잘 못 해요. 대부분 발목을 못 움직이고 다리 전체를 흔들어요. 발목을 따로 써본 경험이 없어서예요. 그런데 발목 같은 부위를 잘 풀어줘야 순환이 잘 돼요.”

그는 춤으로 몸의 감각을 깨우는 일을 돕는다. ‘내면의 나’를 만나는 일이다. “몸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에요. 나의 몸에 사는 내 감정과 내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것이 자신을 돌보는 것이고, 존중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거예요. 그다음에는 내 안에 슬픔, 기쁨, 뜨거움이 표현되도록 허락하세요. 그런 걸 표현하는 것이 잘못된 게 아니에요. 몸은 느끼는 것을 표현하고 싶어해요.”

책에는 춤을 추며 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60대 중반의 서숙자씨도 그중 한 명이다. 그는 급성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세수하기 힘들 정도로 몸이 아팠다. 책임감이 강하고 누구에게도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태어나 처음으로 춤을 추며 “가슴에 멍울진 것들에게 말을 걸고 화해를 하고 위로를 했다”고 한다. “수업 마지막에 서숙자씨가 혼자 ‘자화상’ 공연을 했어요. 인생의 기억, 슬픔을 불러내서 살풀이하듯 춤을 추는데 넋을 잃고 봤어요. 슬픔을 끌어안고 추는 춤이 무척 감동적이었어요.”

그 역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춤을 춘 건 30대부터다. 2013년 7월 미국으로 건너가 치유의 무용가 안나 할프린이 지도하는 표현예술 통합치료과정을 배운 게 계기가 됐다. “어렸을 때부터 테크닉에 맞춰 열심히 하는 편이었어요. 뒤처지지 않기 위해 열심히 따라 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기능, 방법만 우선시되는 수업에 회의감이 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때부터 ‘춤이 뭘까’ ‘왜 춤을 추는 걸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안나 할프린을 만나 그 해답을 찾았어요. 내 몸의 움직임, ‘나’를 찾는 게 더 중요하고, 그럴 때 나만의 창조성과 예술성이 나온다는 걸 깨달았어요.”

최보결 대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줌 영상으로 춤 강의를 하고 있다. ‘춤의 학교’ 제공
최보결 대표는 지난해부터 코로나 사태에 대응해 줌 영상으로 춤 강의를 하고 있다. ‘춤의 학교’ 제공

그는 지난해 코로나 시대에 필요한 ‘방구석댄스’ 영상을 만들었다. ‘방구석 춤 처방전’, ‘위 무브(We Move)-일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된다’, ‘털기 춤 방구석댄스페스티벌’ 등으로,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춤을 알려주는 짧은 영상물이다. 이 영상은 지난달 한국춤비평가협회에서 마련한 ‘2020 주목할 만한 춤작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춤은 춘다는 것은 면역력을 추켜세우고 움트게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코로나로 몸 활동을 하지 못하는 이 시기에 춤을 추는 건 건강을 챙기는 데 꼭 필요해요. 춤은 몸과 마음의 면역력을 키우는, 부작용 없는 묘약이에요.”

그는 코로나19가 끝나는 날 한바탕 춤판을 벌이고 싶단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다들 광장으로 모이세요’ 이렇게 말하고 싶어요. 모두 다 모여 축하의 춤을 추고 싶어요. 어서 그런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