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쓸모: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지다
수 스튜어트 스미스 지음, 고정아 옮김/윌북·1만6800원
정신과 의사이자 정원사인 수 스튜어트 스미스의 <정원의 쓸모>는 정원이 가지는 치유 효과를 정신의학, 신경과학, 심리학 등 다각적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원예 치료 프로그램에 참여한 정신질환자, 교도소 재소자들을 인터뷰하고 30년간 정원을 가꾼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했다.
정원 디자이너인 남편과 결혼한 뒤 정원사가 된 그는 야외에서 흙을 만지며 일하는 기쁨을 맛본다. 온종일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고 씨앗을 심는 일이 고되지만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화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그는 이런 행복감을 ‘원예 카타르시스’라고 부른다.
그는 정원을 가꾸는 일이 몸과 마음 건강에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도 설명한다. 정원에서 흙을 파거나 잡초를 뽑을 때 사람들은 흙에 있는 마이코박테륨 박케를 흡입한다. 마이코박테륨 박케는 토양미생물의 하나로, 면역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도록 해준다. 정원이라는 녹색 공간에 있으면 뇌에서 알파파가 증가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그는 인간 유전자에 자연을 향한 애착과 회귀 본능이 있다고 강조한다.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만든 ‘바이오필리아’(Biophilia)라는 개념에서 알 수 있다. 바이오필리아는 생명을 뜻하는 바이오(Bio)와 사랑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필리아(Philia)의 합성어이다. 그는 정원 식물을 돌보면서 느끼는 편안함과 기쁨은 이 바이오필리아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자연 환경은 항상 생명에 둘러싸여 있다. 그래서 ‘혼자이지만 고립되지 않은’ 느낌을 안겨주고, 고독의 독특한 위로를 전해준다.”
허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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