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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인류사 이끌어 온 원동력, ‘어리석음’

등록 2021-05-07 04:59수정 2021-05-07 10:28

바보의 세계: 한 권으로 읽는 인류의 오류사

장프랑수아 마르미옹 지음, 박효은 옮김/윌북·2만2000원

인류의 역사를 지금 이곳까지 이끌어 온 힘의 바탕은 무엇일까? 자본의 축적과 계급 투쟁, 폭력과 전쟁, 정치 제도와 사상의 발전, 과학 기술의 진보…. 프랑스의 인문과학 저널리스트 장프랑수아 마르미옹은 <바보의 세계>에서 원동력으로 인류의 ‘어리석음’을 꼽았다.

저자는 역사학자, 심리학자, 신경과 의사, 경제학자 등 세계적 석학 35명과 나눈 이야기를 통해 인류사 35개 장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어리석음의 존재를 확인한다. 예를 들면, 하루 세 시간 남짓 수렵만으로 유유자적 살아갈 수 있었던 호모 사피엔스는 곡물 재배라는 어리석음을 택함으로써 국가와 종교라는 위계에 스스로를 예속시키기 시작했다. 중세 유럽 당시 비과학의 전형으로 알려진 점성술은 오히려 천문학 관측을 통해 지배 신학의 어리석음에 도전했다. 2차 세계대전 발발, 스탈린 독재, 알제리 전쟁 등 근현대사 비극의 근저에도 어리석은 판단 착오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펼쳐진 어리석음의 향연에 대한 설명을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듣다 보면, 어느덧 저자의 가설에 고개를 주억거리게 된다. 저명한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의 명언처럼, “역사는 자기가 한 일이 뭔지 모르는 멍청이들에 의해 쓰인다”는 것에 말이다.

역사에 반복은 없다지만, 어리석음은 반복된다. 저자가 강조하는 현대의 대표적인 어리석음은 바로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다. 저자는 기후변화 전문가인 조지 마샬과의 대담을 통해 인류의 무신경함을 꼬집는다. “누구도 지구 온난화를 악의적으로 꾀하지는 않죠. 지구 온난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은 그저 이렇게 말할 거에요. ‘뭐, 날씨가 안좋을 때도 있는 거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 한 줄로 국제 정세를 움직이는 모습을 바라볼 때, 소셜미디어와 유튜브에 범람하는 가짜뉴스를 바라볼 때, 플라스틱 빨대를 코로 삼킨 뒤 고통스러워하는 바다거북을 바라볼 때, ‘세상이 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닐까’라고 의심해 본 사람이라면, 저자가 제시하는 에피소드들을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 곳곳에서 펼쳐진 일화 자체도 흥미롭지만, 인류가 반복해 온 어리석음의 본질에 대한 통찰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앞날을 고려하지 않는 무분별함, 그릇된 이데올로기, 도를 넘어선 욕망, 거대함을 추구하는 오만함…. 무엇보다 이런 어리석음을 가지고 노는 데 도가 튼 지도자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윌북 제공
윌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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