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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책&생각

지구 최초의 에너지원 ‘발효’의 세계

등록 2021-06-11 04:59수정 2021-06-11 10:21

음식의 영혼, 발효의 모든 것
샌더 엘릭스 카츠 지음, 한유선 옮김/글항아리·4만9000원

양배추를 잘게 썰고 소금을 쳐 축축하게 즙이 나올 때까지 두드리거나 힘껏 눌러 짠다. 소독된 유리병에 넣어 액체에 잠기도록 꼭꼭 눌러 담는다. 때때로 맛을 보다가 됐다 싶으면 맛있게 먹는다. 독일의 슈바인 학센, 소시지, 맥주와 환상의 궁합을 자랑하는 사워크라우트는 서구에서 가장 유명한 발효채소다. 박테리아나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효소에 의해 음식이 변화하는 현상을 ‘발효’라 하는데 이는 인간의 발명, 또는 발견이 아닌 우리의 조상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발효의 왕’이라 불리는 샌더 엘릭스 카츠는 사워크라우트 맛에 매료되어 발효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지, 건강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에서 시작해 전 세계에서 수백 차례 워크숍을 거쳐 미생물학에 근거한 과학적 지식과 경험, 구전으로 완성한 문화적 이야기를 집대성했다.

발효의 역사와 이론을 소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고구마 막걸리를 비롯한 알콜류는 물론 거의 모든 식품의 발효법을 자세하게 다룬다. 여러 종류의 김치를 담그는 방법과 그에 도전했던 외국인들의 절규가 그려진다. 900쪽에 이르는 백과사전 같은 두께의 책 중간쯤에는 김치와 장으로 가득찬 한국의 옹기, 캘리포니아 버틀리 상점의 발효통 등 여러 나라의 발효 작품들을 전시했다.

발효 문화의 부흥을 외치는 저자는 ‘냉장고는 인류의 역사적인 거품’이라 말한다. 냉장고는 음식이 변화하는 것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왜곡시켰고 부재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주었으며, 마트 선반에 가득 들어찬 음식들은 인간을 의존적인 소비자로 전락시켰다고 말한다. 다른 생명체와의 협력으로 만들어지는 건강한 맛은 발효의 가장 큰 매력이다. 김세미 기자 ab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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