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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풀·최규석·김보통이 ‘드라마 대본’까지 쓰는 이유는

등록 2021-11-11 15:44수정 2021-11-11 22:08

<무빙> <지옥> <이태원클라쓰> 등 웹툰 작가들이 집필
작품 이해도 높고 영상 감각 갖춰…OTT 번성도 배경
강풀 웹툰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써 관심을 모으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lt;무빙&gt;. 카카오웹툰 제공
강풀 웹툰 작가가 직접 대본을 써 관심을 모으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무빙>. 카카오웹툰 제공

“안녕하세요. 드라마 <무빙>의 작가 강풀입니다. 만화에서 풀지 못한 이야기가 많이 있어서 대본에서 촘촘하게 캐릭터 전사를 풀어냈습니다. 훨씬 재미있게 썼습니다. 하하하.”

지난달 13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소개 현장에 나타난 강풀은, 이날만큼은 ‘웹툰 작가’가 아니라 ‘드라마 작가’였다. 12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는 디즈니플러스는 강풀의 2015년 웹툰 <무빙>을 오리지널 드라마로 만든다. 10대 초능력자들의 이야기로, 원작자 강풀이 직접 드라마 대본까지 쓴다.

원작 팬들은 <무빙>이 드라마로 어떻게 구현될지 궁금해하는 만큼, 강풀이 대본을 썼다는 사실에도 설레고 있다. 팬들은 “작가가 작품을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팬들이 <무빙>을 보며 아쉬워했던 부분, 더 보고 싶었던 인물의 서사 등을 드라마에서 채워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강풀은 “한국형 히어로물을 전 세계에 빨리 보여주고 싶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웹툰에 이어 드라마도 함께 쓴 넷플릭스 &lt;지옥&gt;. 넷플릭스 제공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웹툰에 이어 드라마도 함께 쓴 넷플릭스 <지옥>. 넷플릭스 제공

오는 19일 선보이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지옥>도 원작 웹툰을 작업한 연상호 감독과 최규석 작가가 대본까지 함께 집필했다. <지옥> 연출도 겸하는 연상호 감독은 10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웹툰을 만들 때 큰 틀을 구상한 뒤부터는 최규석 작가와 모든 이야기를 함께 의논하면서 만들었다. 대본을 주고받으며 서로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수정하고, 함께 모여 얘기도 하면서 작업했다”고 했다. 지난 8월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드라마 <디피>(D.P.)도 한준희 감독의 제안으로 원작자인 김보통 웹툰 작가가 함께 대본을 썼다.

지난 10년간 웹툰 원작 드라마는 100편 남짓 쏟아졌지만, 원작자가 드라마 대본까지 쓰는 경우는 올해 들어 부쩍 눈에 띄는 현상이다. <한겨레>가 지상파·종합편성채널·<티브이엔>·오티티 방영 웹툰 원작 작품을 살펴보니, 원작자가 대본까지 쓴 경우는 2019년 6편 중 단 한편도 없었다가, 2020년엔 10편 중 1편, 2021년엔 11편 중 4편으로 늘었다. 제작 중인 드라마를 포함하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원작자가 대본도 쓰는 경우가 최근 늘었다. 돌아보면 시작은 지난해 &lt;이태원 클라쓰&gt;다. 제이티비시 제공
원작자가 대본도 쓰는 경우가 최근 늘었다. 돌아보면 시작은 지난해 <이태원 클라쓰>다. 제이티비시 제공

최근 이런 시도가 활발해지는 이유는 뭘까? 조수빈 쇼박스 홍보팀장은 11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웹툰으로 성공한 작품을 드라마로 제작하려면 원작을 사랑한 분들도 만족스럽게 만들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원작자는 작품과 캐릭터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작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 투자 배급사 쇼박스는 지난해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제이티비시)에서 처음 이런 시도를 했다. 웹툰 필명 광진 작가가 조광진이란 이름으로 대본을 직접 썼다. 1회 5%로 시작해 16.6%(닐슨코리아 집계)로 화제 속에 종영했다.

조 팀장은 “신을 구성하고 대사를 쓰는 웹툰 작가들의 작업 방식은 드라마 작가들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영상화하는 것에 감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대본 작업에 참여한 웹툰 작가들을 보면, 이야기를 만드는 ‘스토리텔링’에 강점을 보인다. 강풀 작가는 2003년 당시 낯설었던 스토리 형식의 장편 웹툰 <순정만화>로 명성을 얻었다. 제작이 무산되기는 했지만, 2008년 영화 <괴물2> 시나리오 초고를 쓴 적도 있다. 청계천에서 괴물이 여러 마리 나타난다는 설정이다. 연상호 감독은 <디피>의 김보통 작가를 두고 “최고의 스토리텔러”라고 치켜세웠다.

&lt;디피&gt; 김보통 웹툰 작가도 드라마 극본을 썼다. 작품마다 생각할 지점을 남기는 그는 웹툰계 스토리텔러로 통한다. 넷플릭스 제공
<디피> 김보통 웹툰 작가도 드라마 극본을 썼다. 작품마다 생각할 지점을 남기는 그는 웹툰계 스토리텔러로 통한다. 넷플릭스 제공

오티티 시장이 형성되고, 코로나로 영화 시장이 불안해진 것도 영향을 끼쳤다. 영화감독들은 스크린을 고집하지 않고, 오티티에서 드라마를 만든다. 한 영화감독은 “감독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직접 하던 사람들이어서 원작 웹툰이 있으면, 원작자와 함께 논의하며 시나리오를 쓰듯이 대본 작업을 하는 게 익숙하다”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오티티로 사전 제작이 활성화되면서 작가와 충분히 논의할 시간이 주어지니 대본을 써보지 않은 웹툰 작가님들과도 작업이 가능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재미있는 현상에서 서서히 변하는 드라마 제작 공정의 현실도 비친다. 한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작가가 대본을 주면 방송국에서 편성하고, 피디가 붙고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요즘은 드라마를 기획하는 시대”라며 “제작사에서 어떤 작품을 만들자고 기획한 뒤, 작가와 피디를 섭외한다”고 말했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작업은 창작보다는 각색에 가까운데, 기성 작가는 각색을 거절하고 신인 작가는 위험 부담도 크데다 실력자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웹툰 작가를 기용하는 경향도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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