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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여성 서사의 진화 ‘글리치’…‘우영우’ ‘작은 아씨들’보다 한발 더

등록 2022-10-17 14:08수정 2022-10-18 18:01

여성 서사의 진일보한 성취 담아
전여빈의 압도적 연기 몰입 요인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최근 주요 드라마 화제작들은 여성 서사의 성취를 담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ENA), <작은 아씨들>(tvN), 그리고 15일 방영을 시작한 <슈룹>(tvN)까지 여성의 비범함, 용기, 연대, 대결 등을 다채롭게 변주했다. 지난 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글리치>(10부작)는 여기서 한발짝 더 나아간다.

<글리치>의 두 여자 주인공은 잘난 것 하나 없는 인물들이다. 문제에 휘말린 두 사람은 좌충우돌을 하면서 해결해나간다. 남성 캐릭터의 전유물이었던 ‘찌질남’의 성장과 브로맨스가 <글리치>에서는 여성들의 분투와 성장, 뜨거운 ‘워맨스’로 완성됐다.

넷플릭스 시리즈 &lt;글리치&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중학생 때 유에프오(UFO)를 보고 여기에 빠졌던 지효(전여빈)는 서른살이 되어서도 이따금 보이는 외계인과 이유 없이 발생하는 주변 전자기기의 시스템 장애(글리치) 때문에 불안한 마음을 안고 산다. 어느 날 함께 살기로 한 남자친구가 실종되자 그를 찾아 헤매다 외계인을 추적하는 유튜버 보라(나나)를 만난다. 보라는 중학교 때 잠깐 친했다가 멀어진 ‘날라리’ 친구. 둘은 아웅다웅하면서 함께 단서를 찾다가 사이비 종교단체가 연루됐다는 사실을 알고 위험을 무릅쓰고 접근한다.

<글리치>는 도발적인 드라마 <인간수업>(넷플릭스)의 진한새 작가의 두번째 작품이라 궁금증을 낳았다. 공개 전에는 외계인의 실체와 실종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에스에프(SF) 드라마처럼 소개됐었다. 하지만 마지막 회 직전까지 에스에프적 요소는 맥거핀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별 관심을 주지 않는다. 예측 불가능한 전개 속에 사이비 종교, 범죄, 추적극의 긴장감이 뒤섞인 가운데 코믹한 리듬이 내내 흐름을 조였다 풀었다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lt;글리치&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하나의 장르로 묶기 힘든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특징이자 매력은 평범하다 못해 찌질한 여자들이 싸우고 이기는 이야기라는 점이다. 지효의 삶은 일도, 연애도 평범하다 못해 지루하다. 말이 유튜버지 사실상 백수인 보라는 평범에도 도달 못한 ‘루저’에 가깝다. 중학교 때 모종의 사건을 겪으며 멀어진 두 친구는 15년 만에 우연히 다시 만나 실종 사건을 파헤치는데 손발은 맞지 않고 실수투성이다. 하지만 어리바리한 지효와 대책 없이 들이대는 보라가 만들어내는 케미스트리는 예측불가한 드라마 전개에 단단한 중심축을 만들어낸다.

두 사람의 관계 말고도 <글리치>에는 남성 중심의 서사를 깨부수는 요소들이 곳곳에 존재한다. 한 예로 사이비 종교의 설계자인 좁(김명곤)은 자신의 공간을 침범한 보라에게 인물 사진을 가리키며 말한다. “저 사람 누군지 내가 가르쳐줄까요?” 보라는 답하고서 반문한다. “왜? 나한테 또 가르쳐주고 싶은 거 있어요?” 남자가 여자에게 가르치려 하는 ‘맨스플레인’에 대한 사이다 같은 전복이다. 또 장총을 든 종교단체 봉사단 반장(정다빈)은 어린 소녀 같은 얼굴의 키 작은 젊은 여자다. 그보다 훨씬 덩치 큰 남자들은 반장의 보조 역할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한다. 관습적 남녀 인물 배치가 뒤집히면서도 마치 원래 그랬던 것처럼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데는 여성인 노덕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도 한몫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lt;글리치&gt;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글리치>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진한새 작가가 대본을 쓸 때부터 염두에 뒀다는 전여빈과 노덕 감독이 선택한 나나의 연기 호흡도 눈부시다. 특히 드라마 <빈센조> <멜로가 체질> 등에서 웰메이드 연기‘도’ 잘한다는 걸 보여준 전여빈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독립영화 <죄 많은 소녀>(2018)에서 보여준, 대본을 뛰어넘는 압도적 연기를 <글리치>에서 다시 한번 보여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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