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블랙 아담>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최근 마블과 디시(DC)의 세계관 확장으로 스타 배우들이 속속 슈퍼히어로에 합류하는 가운데, 마침내 ‘슈퍼히어로 맞춤형 피지컬’의 소유자, 드웨인 존슨이 디시 확장 유니버스에 등장한다. 19일 개봉한 <블랙 아담>이다.
그가 연기하는 ‘블랙 아담’은 안티히어로다. 2019년 개봉했던 <샤잠!>의 스핀오프로, 샤잠과 숙적인 블랙 아담이 5000년간의 봉인에서 깨어나 싸우는 이야기다. 영화에서 블랙 아담이 슈퍼히어로도 빌런도 아닌 안티히어로인 이유는 이 둘 모두와 싸우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5000년 전 번성하던 칸다크에서 노예로 살던 테스 아담(드웨인 존슨)은 여섯 신의 축복으로 막강한 힘을 얻게 되지만 그 힘을 아들과 아내의 죽음에 대한 사적 복수에 쓰자 영원의 바위 아래 봉인된다. 현대에 이르러 고대 칸다크의 독재자는 사라졌지만 칸다크의 후예들은 잔인한 인터갱의 지배 아래 살고 있다. 고고학자 아드리아나(사라 샤이)는 인터갱의 눈을 피해 마법의 주문을 새긴 고대 왕관 ‘사박’을 찾던 중 우연히 테스 아담을 깨운다.
영화 <블랙 아담>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블과 같은 성공을 꿈꾸었지만 번번이 실패해온 디시가 확장 유니버스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호출한 히어로가 왜 안티히어로인 블랙 아담이었을까. 그리고 왜 드웨인 존슨이었을까. 블랙 아담은 디시의 빌런 계보에서 최상위 수준의 강력한 힘을 가진 캐릭터다. 영화에서도 맨손으로 대형 전투기를 때려잡고 대포, 미사일 정도는 깃털처럼 가볍게 날려버린다. 총알도 망치도 그의 몸에 상처를 입히지 못한다. 맞붙는 상대가 없어 오히려 지루해진 슈퍼맨 캐릭터를 다시 활용하기 위해서는 더없이 적절한 상대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아이언맨의 슈트나 토르의 묠니르 같은 무기 없이 오로지 몸으로만 괴력을 발휘하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드웨인 존슨은 딱 들어맞는 캐스팅이다.
영화 <블랙 아담>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블랙 아담은 빌런인 인터갱과도 싸우지만 칸다크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JSA: Justice Society of America)와도 부딪힌다. 인터갱이든 뭐든 마음에 안 드는 것들은 ‘싹쓸이’를 하기 때문이다.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블랙 아담 못지않게 영화의 중요한 요소다. 저스티스 리그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는 최초의 슈퍼히어로 팀으로, 앞으로 나올 디시 확장 유니버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영화에서는 저스티스 소사이어티의 실질적 리더인 호크맨(알디스 호지)과 원로 대마법사 닥터 페이트(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새내기’ 히어로인 사이클론(퀸테사 스윈들)과 아톰 스매셔(노아 센티네오)가 첫 타자로 등장했다. 주변을 초토화하는 블랙 아담과 이를 저지하려는 호크맨이 대결하는 장면은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다.
영화 <블랙 아담>의 한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처럼 설정은 야심 차고 복잡한 세계관을 구성하는 데 비해 영화의 줄거리는 지나치게 단순하다는 점에서 <블랙 아담>은 이전의 디시 영화들이 가진 한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토르: 라그나로크>처럼 흘러간 팝음악을 활용해 흥겨움을 추구하기도 했지만 흉내만 내다 만 듯한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다만 블랙 아담의 ‘단순무식’ 캐릭터와 드웨인 존슨의 강인한 육체가 만나 터뜨리는 액션의 가공할 스케일과 정지화면을 이용해 액션을 드라마틱하게 구성한 시각적 즐거움은 <블랙 아담>이 내세우는 관람 포인트가 될 법하다.
덧) 영화가 공개되기 전부터 설왕설래해온 쿠키 영상은 실망스러운 전작들에 속끓이면서도 디시에 대한 애정을 버리지 못했던 팬들에게 본편보다 더 큰 알맹이로 보일 듯하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