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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유연석의 또 다른 ‘사랑의 이해’…8마리 ‘멍배우’와 유쾌한 앙상블

등록 2023-02-24 07:00수정 2023-02-24 11:24

영화 ‘멍뭉이’ 개봉 앞둔 배우 유연석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지난 15일 영화 <멍뭉이> 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인공 민수를 연기한 유연석이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촬영 중 인상적인 장면을 묻는 평범한 질문에 답을 하다가 목이 멘 유연석 스스로도 당황스러워했다. 이틀 뒤 서울 삼청동에서 다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연석은 “간담회 때 내 영화 이야기를 하다가 울어보긴 처음이어서 너무 창피했다”고 털어놓으며 “옛날에 키웠던 아이들(강아지) 생각도 나면서 순간적으로 복받쳤다”고 말했다.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영화 <멍뭉이>(김주환 감독)는 제목처럼 귀엽고 착한 영화다. 눈물이 나올 만큼 슬프기는커녕 훈훈하고 유쾌한 영화임에도 많은 관객이, 특히 반려견을 키워본 관객이라면 유연석과 같은 감정의 고양을 느낄 법하다. 영화는 위로를 주는 귀엽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반려견과 인간의 관계를 진지하게 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우 유연석.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배우 유연석.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민수는 엄마를 병으로 잃고 유일하게 남은 가족인 반려견 루니를 애지중지 키우는 집사다. 천일 동안 사귄 여자친구와 루니가 함께하는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프러포즈를 한 날, 그는 여자친구로부터 개 침 알레르기를 숨겨왔다는 고백을 듣는다. 반백수인 사촌형 진국(차태현)에게 고민을 털어놓다가 둘은 함께 루니의 새 집사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하지만 어렵사리 찾은 후보들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제주도까지 이어지는 두 남자의 여정에서 자동차 뒷좌석을 차지하던 루니의 자리는 이들이 외면하지 못한, 오갈 데 없는 강아지 8마리로 꽉 차게 된다.

“제목이 귀여워서 가벼운 마음으로 대본을 잡았다가 막상 다 읽고 나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버려진 아이(강아지)들에 대한 이야기인데 나까지 거절하면 안 될 거 같은 느낌이었어요.” 출연료를 자진 삭감하면서까지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다.

영화 &lt;멍뭉이&gt;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유연석은 종영한 드라마 <사랑의 이해>(JTBC)에서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랑의 이해>에서 그가 연기했던 하상수가 기가 막히게 핏이 떨어지는 명품 슈트 같다면 <멍뭉이>의 민수는 10년 넘게 입어서 너덜너덜해져도 못 버리는 편한 옷처럼 느껴진다. 어린 시절부터 유기견을 키워오고 유기견 해외입양 봉사 등 다양한 동물보호 활동을 하면서 지금도 유기견이었던 리타와 함께 사는 그의 ‘반려인생’이 담긴 연기라 그럴 터이다. “부모님과 함께 살 때는 늘 강아지를 키웠어요. 엄마가 고생하셨죠. 제가 길에서 버려진 아이(강아지)를 데리고 오면 힘든 뒤치다꺼리는 엄마가 하셨으니까요. 독립하면서는 엄두를 못 내다가 <멍뭉이>를 찍고 다시 용기를 냈죠. 대형견의 국내 입양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진돗개나 대형견을 입양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순례 감독님이 (지난 12년간) 대표를 맡으셨던 ‘동물권행동 카라’의 입양 리스트를 눈여겨보다가 리타를 만나게 됐어요.”

영화 &lt;멍뭉이&gt;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배우 유연석.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배우 유연석.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멍뭉이>의 가장 큰 재미는 개 8마리와 개 못지않게 ‘개 같은’ 두 남자의 앙상블 연기다. 촬영 현장에서 우선순위는 물론 개 배우들. “강아지들과 촬영하면 변수가 많을 거라는 예상은 했어요. 특히 새끼 강아지 네쌍둥이는 시골 에어비앤비에서 자는 장면 말고는 단 한번도 원하는 대로 해준 적이 없었어요. 그래도 걔네들은 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저절로 좋아져서 힘이 났죠. 무엇보다 주연배우 루니님이 힘들지 않게 충분히 휴식시간도 드리고(웃음) 컨디션 조절하면서 촬영을 이어갔던 거 같아요.” 그는 이 영화를 본 이들이 “용기를 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는 주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이나 함께 산책하거나 하는 행복한 순간을 떠올리지만 막상 키우다 보면 여러 이유로 민수처럼 딜레마에 빠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 함께 살아가기 위해 더 고민하고 노력하는 용기를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영화 &lt;멍뭉이&gt;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영화 <멍뭉이> 스틸컷.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다음 행보가 궁금한 배우가 된 유연석의 차기작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 오리지널 드라마 <운수 오진 날>. 배우 이성민, 이정은과 호흡을 맞추는 이 작품에서 그는 사이코패스 연기에 도전한다. 그는 “나를 객관화시켰을 때 하나의 이미지가 강렬하게 다가가는 배우는 아니기 때문에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다. “악역, 착한 역할이나 찌질한 역할 등 계속 새로운 역할을 도전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못 해본 거 많죠. 본격적인 무술 액션도 안 해봤고, 나른하다든가 퇴폐적이라든가 하는 흐트러진 모습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퇴폐, 그거 좋네. 퇴폐!” 입으로는 “퇴폐”라고 반복하는 데 얼굴에는 ‘멍뭉미’ 가득한 웃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사진 키다리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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