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레드아이스엔터네엔터테인먼트 제공
<존 윅 4>에서 더 강해진 건 존 윅만이 아니다. 1편의 유명한 클럽 액션신이 4편에서는 훨씬 더 커진 스케일로 펼쳐진다. 강렬한 조명과 몽환적인 전자 음악 아래 춤을 추는 수백명의 사람들은 옆에서 살벌한 격투와 총격전이 벌어져도 눈 하나 깜짝 않고 계속 춤을 춘다.
개선문 주변 방사형 도로 카 액션은 한술 더 뜬다. 현상금 사냥꾼들이 존 윅(키아누 리브스)을 죽이기 위해 도로에 뛰어들어 추돌사고가 나고 문짝이 날아가고 총알 박힌 시체들이 달리는 차에 내리꽂힌다. 그래도 퇴근길 차량의 꿋꿋하고 분주한 움직임은 멈추지 않는다. 이게 말이 되냐고? 처음부터 끝까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손에 땀쥐고 보는 게 <존 윅> 시리즈다. 중요한 건 코앞에서 총격이 나도 꿋꿋이 달리는 차들 덕에 불어나는 화면의 속도감과 존 윅이 달리는 차들을 무기로 사용하며 배가 되는 액션의 강렬함이다. 모든 설정과 상황은 액션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 존재한다. <존 윅4>은 여기에 아시아 무협영화의 전통과 미국 서부영화의 관습까지 끌어들여 액션 끝판왕을 보여주려는 야심으로 러닝타임 2시간50분을 채운다.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레드아이스엔터네엔터테인먼트 제공
전편에서 킬러들의 성역인 컨티넨탈 호텔에서 최고회의 멤버를 죽여 쫓기다가 가까스로 살아남은 존 윅은 4편에서 그를 파문한 최고회의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한 싸움에 나선다. 하지만 존 윅을 처단하기 위해 최고회의의 그라몽 백작(빌 스카스가드)이 나선다. 이를 위해 그라몽 백작이 포섭한 킬러 케인(전쯔단∙견자단)은 존 윅과 오래 전 동료 사이. 둘이 어떤 인연을 가졌는지, 그라몽이 협박 도구로 쓰는 케인의 딸은 무슨 사연인지 따위는 영화의 관심사가 아니다. 다만 딸 때문에 케인은 어쩔 수 없이 동료를 죽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케인과 존의 처절한 싸움이 펼쳐질 뿐이다.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레드아이스엔터네엔터테인먼트 제공
견자단이 연기하는 케인은 아시아 무협영화의 액션 캐릭터를 응축해놓은 듯한 캐릭터다. 보이지 않는 눈으로 칼을 휘두르는 건 일본에서 영화와 드라마로 반복되어 만들어진 눈먼 검객 ‘자토이치’의 할리우드 버전이다. 또 빠르고 간결하게 타격감을 보여주는 맨손 액션은 이소룡과 이연걸의 홍콩 무술영화를 떠올리게 한다. 검은 양복과 검은 선글라스 차림으로 무표정하게 총을 쏘는 장면들은 오우삼의 80년대 홍콩 누아르 <첩혈쌍웅>과 겹친다. 견자단은 이처럼 다양한 결의 액션을 무리 없이 소화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존 윅을 돕는, 매력적인 악당으로 그려진다.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레드아이스엔터네엔터테인먼트 제공
앞서 말한 베를린 클럽과 파리 개선문 액션신 외에도 일본 컨티넨탈 오사카 호텔, 그리고 파리 몽마트르의 사크레쾨르 대성당 앞 계단 액션, 슈팅게임처럼 부감 쇼트로 진행되는 파리 빈 아파트에서의 대규모 총격전 등 주요 액션들마다 ‘끝을 보여주겠다’는 채드 스타헬스키 감독의 욕심과 고집이 느껴진다. 특히 자유를 찾기 위한 마지막 결투 장소인 사크레쾨르 대성당에 도착하기 직전 펼쳐지는 222계단 액션 장면은 ‘죽여도 죽여도’ 끝이 안 나는 상황이 질리도록 이어지며 최강 킬러 존 윅에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한달 넘게 독주하던 <스즈메의 문단속>을 꺾고 지난 주말 예매율 1위에 올랐다. 12일 개봉.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영화 <존 윅4>의 한 장면. 레드아이스엔터네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