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침체의 초기 단계에 진입해 글로벌 오티티도 투자를 잠그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모든 투자를 전면 재검토하며 선택과 집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지난해 121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토종 오티티 웨이브의 이태현 대표는 향후 투자 계획을 밝히며 ‘비용 효율성’을 여러번 강조했다. 25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23 웨이브 콘텐츠 라인업 설명회’에서다. 이날 웨이브는 올해 공개를 앞둔 드라마와 영화, 예능 시리즈를 소개한 뒤 이태현 대표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태현 대표는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뒤 매년 1000억원가량 투자하면서 사업 초기 일정 정도 적자를 예상했지만 “적자 규모가 예상보다 컸다”면서 “국내 시장만으로는 적자 구조를 바꾸기 어렵기 때문에 지난해 말 코코와(북미지역 OTT 플랫폼) 인수 등으로 글로벌 진출을 통해 흑자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1, 2년 안에 턴어라운드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코코와와 올해 어떤 작품을 북미시장에 공개할 지 논의 중으로 코코와는 북미시장에만 현재 백만 이하의 가입자를 가지고 있지만 가입자 증가 여력이 높고 앞으로 북미 뿐 아니라 남미와 유럽까지 시장을 확장해가면 웨이브의 글로벌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코스트 이펙티브(비용 효율성)를 위해 다른 플랫폼이나 채널에서 다루지 않는 이야기와 소재에 집중하려고 한다”한다면서 지난해 웨이브 가입자 증가를 견인했던 <약한 영웅 class1>과 이날 시즌2 공개를 발표한 <피의 게임>을 대표적인 웨이브인 성공 콘텐츠로 꼽았다.
오티티 웨이브에서 5월24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 웨이브 제공
또 이날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에서 발표된 넷플릭스의 국내 투자계획에 대해서는 “토종 오티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분석도 있지만 자본이 들어와야 창작자들이 늘어나고 경쟁도 일어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라며 “글로벌 플랫폼이 한국 콘텐츠 투자를 늘리면 산업 전체가 살아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브가 이날 공개를 발표한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나 서비스 중인 다큐멘터리 <국가수사본부>등은 모두 30분 내외의 ‘미드폼’ 형식이다. 이대표는 “플랫폼에서 중요한 건 시청 점유시간이지만 그렇다고 작품 시간을 늘리는 것만으로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 30분짜리 6부 또는 8부작 미드폼은 시청자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앞으로도 중요한 콘텐츠 전략이 될 것같다”고 전망했다.
웨이브는 이날 5월24일 공개되는 이나영 주연의 <박하경 여행기>와 하반기 공개예정인 유승호 주연의 드라마 시리즈 <거래>를 비롯해 김희애, 조진웅 주연의 영화 <데드맨>, 신혜선 주연, 박진표 감독의 영화 <용감한 시민>, 예능 시리즈 <피의 게임> 시즌2, 그리고 국외 시리즈물인 <러브 앤 데스>(미국), <배드 비헤이비어(오스트레일리아) 등 올 한해 독점 공개 작품 라인업을 발표했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