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철 최기학 김종근 이정관(왼쪽부터)씨가 30일 10년여 발품 끝에 발간한 <태안반도의 식물>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푸른태안21 제공
10년 관찰·조사 식물도감 펴낸 4인방
최 교감은 “아이들한테 식물들을 설명하면서 그냥 ‘들풀’이니 ‘들꽃’이니 하니 영 부끄럽더라구요. 그래서 산천을 찾아다니며 사진 찍고, 도감을 찾아 대조하고, 천리포수목원에서 식물 생태를 배웠죠. 조금씩 눈이 트이더라구요.” 본격적인 조사는 1999년 김종근씨가 수목원 연구원으로 부임하면서 궤도에 올랐다. 두 사람의 만남은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둘은 의기 투합해 태안반도 일대 바다와 섬을 종횡무진했다. 곧이어 이씨, 정씨가 합류했다. 리아스식 해안인 태안반도는 들쭉날쭉한 해안선이 1300리에 달하고 섬이 많아 조사하는데 8년이 훌쩍 지났다. 책 행간에는 동격렬비열도 조사 당시 암벽에서 떨어져 목숨이 경각에 달렸던 일, 물이 빠졌을 때 섬에 들어갔다 조사에 정신 팔려 고립됐던 일 등 애환도 소개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불로초로 불릴 만큼 약효가 뛰어난 보라색 초종용을 찾아 나섰다 흰초종용을 발견했던 신두리 모래언덕 답사와 해당화와 찔레꽃 자연교잡종으로 보이는 천리포해당화를 발견했을 때 온몸에 흐르던 전율을 잊을 수 없다”고 회고했다. 이들은 29일 조사 다니느라 외박을 밥먹듯 하며 소홀히 했던 가족들을 초대해 조촐한 자축연을 열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죠? 가족한테는 미안하지만, 겨우 시작인 걸요. 이제 갓 태안반도를 마쳤으니 서해안 식물도감도, 우리나라 식물도감도 낼 작정입니다.” ‘태안반도 4인방’ 꿈은 세계 식물도감이 나올 때쯤이면 멈출지…. 대전/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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