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한국화가 하성흡씨, 새 화풍 완성 뒤 역사 20장면 도전
“20년 남짓 흑백으로 이뤄진 수묵화를 하다 색깔에 갈증을 느꼈어요. 갈수록 생명력이 넘치고 빛깔도 화사해지는 세상을 표현하는 데 전통방식은 한계가 있었지요.”
1990년대 통일운동 집회에 등장하던 ‘문인환 목사 인물도’를 그렸던 광주지역의 한국화가 하성흡(45·예명 심우재)씨는 30일 전통 수묵화에서 고구려 벽화 양식을 본뜬 혼합 채색화로 화풍의 변화를 시도하는 이유를 이렇게 간추렸다.
그는 18일까지 광주시 동구 장동 전남여고 부근 한옥을 고친 작업실에 수묵화와 채색화 등 근작 40여점을 내걸고 세론을 살피는 중이다.
청년기에 5·18 민중항쟁을 겪은 그는 전남대 미술교육과에서 한국화를 전공한 뒤 민중미술운동과 남도문화 찾기에 열정을 쏟았다. 작품 활동 초기에 전남대생 박승희씨의 장례 행렬도, 전통 정원인 소쇄원 연작 48편 등을 완성하며 이름을 알렸다.
수묵화 특유의 내려다보는 듯한 부감법과 생생한 세필 묘사로 재능을 인정받은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수묵화만으로는 자신이 속한 시간과 공간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자각하기 시작했다. 수년에 걸친 실험 끝에 다양하고 호방하게 사물을 표현한 고구려 벽화에 착안해 혼합 채색화의 영역을 개척했다. 이번에 전시에 출품한 ‘산수유’ ‘개망초’(사진) ‘금강산’ ‘진도’ ‘울돌목’ 등은 이런 기법을 적용한 근작들이다.
그는 “혼합 채색화는 회벽에 그림을 그린 고구려 벽화와는 달리 한지에 젖은 채색 펄프를 붙인 뒤 마르기 전에 다양한 색깔로 형상을 표현하는 양식”이라며 “수묵화와 채색화를 나란히 걸었더니 채색화가 훨씬 역동적이고 입체감을 준다는 반응이었다”고 말했다.
12차례 전시에 참여했던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5·18의 진원지인 옛 전남도청에서 500m 떨어진 보금자리를 작업실 겸 사랑방으로 단장했다.
그는 앞으로 횃불 시위와 최초 발포를 비롯한 5·18의 역사 20여 장면을 화폭에 재현하겠다는 구상을 가다듬고 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광주 한국화가 하성흡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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