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입장료와 함께 징수됐던 공원내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가 새해부터 사찰의 단독징수로 전환됐지만, 입장료를 둘러싸고 곳곳에서 마찰이 벌어지고 있다. 2일 설악산국립공원 입장객들이 매표소에서 문화재 관람료를 내고 표를 구입하고 있다. 속초/연합뉴스
“지나가는데 돈 내라니” “사찰땅이니 관람료 내야”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뒤 등산객-사찰 곳곳서 마찰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뒤 등산객-사찰 곳곳서 마찰
1일 국립공원 입장료가 폐지된 뒤 사찰의 문화재관람료 징수를 둘러싸고 산문 앞이 소란스럽다. “입장료가 없어졌는데 웬 돈을 받느냐”는 탐방객과 “사찰 토지이니 문화재 관람료를 내야 한다”는 징수원 사이에 실랑이가 되풀이되고 있다. 관람료가 아니라 통행료?=지리산 성삼재 관통도로에 있는 천은사 매표소에는 하루 200~300대의 차량이 지난다. 통과 인원은 줄잡아 1000여명. 천은사 매표소는 절에서 500m쯤 아래 설치돼 있다. 차량은 사찰 토지 안 도로를 이용하나 절집을 스쳐 지나간다. 이런 상황이니 “절이 아니라 산에 가는데 웬 관람료를 내라는 것이냐”는 항의가 이어진다. 일부는 아예 되돌아가기도 했다. 2일 이곳을 통과한 등산객 ㄱ씨는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어르신을 모시고 가는 중이라 언성 높이기도 뭐해 그냥 돈을 냈다”며 “옛적에 길목을 막고 ‘지나가고 싶거든 통행료를 내라’고 했다던 산적이 떠올랐다”고 했다. 이런 불만과 마찰은 설악산 신흥사, 속리산 법주사, 계룡산 동학사 등 국립공원 곳곳에서 일고 있다. 전국의 국립공원 안 사찰 22곳이 기존 매표소 위치에서 문화재 관람료(1600~3000원)를 받는 까닭이다. 지리산 화엄사와 속리산 법주사는 이 통에 관람료마저 2200원에서 3000원으로 올렸다. 문화재 관리비용은 어디서=불교 조계종은 최근 “관람료를 받는 사찰 67곳의 연간 문화재 유지관리 비용은 807억원이나 관람료 충당 부분은 320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징수 근거로 1970년 도입한 국립공원 입장료보다 앞선 1962년부터 문화재 관람료를 받아왔다는 역사성을 들었다. 또 국립공원 면적의 9%가 사찰 토지이고, 기존 매표소 22곳 중 13곳이 사찰 토지 안에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조계종 총무원 박정규 행정관은 “전체 22곳 중 9곳은 공원 지역 안에 매표소가 설치됐다”며 “이 가운데 4곳은 이미 이전했고, 나머지 5곳은 상반기 중 이전하겠다”고 말했다. 불교계 안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온다. 보현사 도월스님은 “지금부터라도 사찰 입장료를 없애고 부족하다면 탁발을 해서라도 사찰을 운영해야 불교가 올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쪽은 “정부가 불교계와 마찰을 피하려고 어정쩡한 태도를 보여왔다”며 “관람료 징수 대상을 올바로 설정하고 문화재 관리비를 지원하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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