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리얼스토리 묘’ 조작방송 배경과 대책
실제 상황이 담긴 화면이야말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다. 이를 알고 있기에 PD들은 실제 화면을 쫓는다. 하지만 그런 장면을 확보하기가 쉬운 일이던가. 시청률의 압박을 받는 PD들은 실제 상황을 연기해 재현하고픈 유혹에 빠진다.
CJ미디어 계열의 tvN은 12일 '리얼리티 묘'에서 성추행범을 검거하는 두 건의 장면을 방송하며 "본 내용은 20여 일 간 철도공안수사대와 잠복 수사를 통해 성추행범을 검거한 현장기록입니다"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하지만 두 건의 장면 모두 대역 배우를 써서 연출한 모큐멘터리였다는 사실이 연합뉴스 취재 결과 확인됐다. tvN은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사과방송도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청자들의 분노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재연 프로그램은 모큐멘터리라고 불린다. '조롱하다'는 뜻의 영어 'Mock'과 'Documentary'를 합성한 단어다. 위조라는 뜻의 영어 'Fake'를 붙여 페이크 다큐멘터리라고도 한다.
tvN의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과 '위험한 동영상 sign', 코미디TV의 '조민기의 데미지' 등 아예 페이크 다큐를 표방한 프로그램도 생겨났다. 이들 프로그램은 재연이라는 점을 고지하고 있지만 모자이크나 음성 변조 등을 사용해 마치 실제 상황을 포착한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켜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tvN의 '리얼스토리 묘'는 이들 프로그램과 달리 실제 상황이라고 고지하고도 가짜 다큐멘터리를 버젓이 방영했다는 데서 더욱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참기 힘든 시청률의 유혹 채널 간 경쟁이 치열한 케이블TV에서 1%의 시청률을 올리면 성공으로 평가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3∼4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시청률은 '대박' 수준인 3%에 이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시청자들에게 잠재된 관음증에 편승한다. 시청자들도 재연 상황인 줄 알았다 하더라도 막상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며 즐기는 것이다. 불륜 현장에서 적발된 남녀의 모습, 치정에 빠진 남녀간의 난투 장면, 아슬아슬한 범죄 장면 등등 끝없는 자극에 시청자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진짜 다큐멘터리를 추구한다는 '리얼리티 묘'도 시청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본분을 잃은 채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면을 몰래 끼워넣었다. 실제 장면을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실제와 같은 화면을 내보내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해 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방송 Q채널의 한 PD는 "현장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름대로 방법이 나타나고, 정 안될 경우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PD의 능력"이라면서 "일부 PD들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나면 자꾸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실 추구하는 동료 PD들에게 피해주는 일" 가짜 다큐멘터리는 우선 시청자들을 속인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일일 뿐 아니라, 진짜 다큐멘터리를 추구하는 동료 PD들에게 피해를 주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전반에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범람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인해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가 자칫 외면당하고 외려 가짜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받을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tvN이 "그간 외주제작사에게 사실을 근거로 제작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를 해왔다"고 주장하며 외주제작사에 책임을 떠미루려는 듯한 태도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설혹 HK픽쳐스가 tvN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 하더라도 tvN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지만, 시청자들도 연출 의심을 품을 정도였는데 tvN 관계자들이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원회 김양하 심의2부장은 "선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케이블TV 업계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외주제작사의 잘못된 관행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로 최종 책임은 어디까지나 발주사가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그렇지 않아도 방송의 선정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향후 방송의 신뢰성과도 연관된 만큼 엄한 처분을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음 심의에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 기준 구체화, 처벌 규정 강화 시급"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님'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의 심의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고지 의무를 강화하고 심의기준을 구체화하는 한편 리얼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도 조작 연출을 한 사례가 발견되면 강도 높은 징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은 윤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된다든지 미풍양속을 지켜야 한다는 등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법적인 기만 행위로 시청자를 속이는 것인 만큼 강도 높은 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재연 상황임에도 일부러 모자이크 처리를 해 실제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시청자를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것인 만큼 비록 일부분 장르이기는 하지만 엄격한 심의 기준을 적용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태삼 기자 (서울=연합뉴스)
◇참기 힘든 시청률의 유혹 채널 간 경쟁이 치열한 케이블TV에서 1%의 시청률을 올리면 성공으로 평가한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를 표방한 3∼4편의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시청률은 '대박' 수준인 3%에 이른다.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시청자들에게 잠재된 관음증에 편승한다. 시청자들도 재연 상황인 줄 알았다 하더라도 막상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며 즐기는 것이다. 불륜 현장에서 적발된 남녀의 모습, 치정에 빠진 남녀간의 난투 장면, 아슬아슬한 범죄 장면 등등 끝없는 자극에 시청자들조차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다. 진짜 다큐멘터리를 추구한다는 '리얼리티 묘'도 시청률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본분을 잃은 채 시청자들의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장면을 몰래 끼워넣었다. 실제 장면을 확보하기는 어렵지만, 실제와 같은 화면을 내보내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다고 판단해 조작을 감행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방송 Q채널의 한 PD는 "현장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나름대로 방법이 나타나고, 정 안될 경우 대안을 모색하는 것도 PD의 능력"이라면서 "일부 PD들이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고 나면 자꾸 유혹에 빠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진실 추구하는 동료 PD들에게 피해주는 일" 가짜 다큐멘터리는 우선 시청자들을 속인다는 점에서 윤리적으로 대단히 잘못된 일일 뿐 아니라, 진짜 다큐멘터리를 추구하는 동료 PD들에게 피해를 주고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전반에 불신을 불러일으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범람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로 인해 '있는 그대로의 현장'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가 자칫 외면당하고 외려 가짜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받을 수 있다는 것. 이와 함께 tvN이 "그간 외주제작사에게 사실을 근거로 제작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를 해왔다"고 주장하며 외주제작사에 책임을 떠미루려는 듯한 태도도 문제로 꼽히고 있다. 설혹 HK픽쳐스가 tvN 모르게 저지른 일이라 하더라도 tvN이 책임을 벗어날 수 없지만, 시청자들도 연출 의심을 품을 정도였는데 tvN 관계자들이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방송위원회 김양하 심의2부장은 "선정성을 추구하는 것은 케이블TV 업계의 전반적인 문제"라고 진단하면서 "외주제작사의 잘못된 관행으로 돌리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로 최종 책임은 어디까지나 발주사가 져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그렇지 않아도 방송의 선정성이 문제되는 상황에서 이번 사건은 향후 방송의 신뢰성과도 연관된 만큼 엄한 처분을 불가피해 보인다"며 "다음 심의에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계기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심의 기준 구체화, 처벌 규정 강화 시급" 페이크 다큐멘터리가 극적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이 아님'이라는 점은 분명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현재의 심의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근 들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 고지 의무를 강화하고 심의기준을 구체화하는 한편 리얼 다큐멘터리를 표방하고도 조작 연출을 한 사례가 발견되면 강도 높은 징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윤호진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은 "현재 방송 심의에 관한 규정은 윤리에 어긋나지 않아야 된다든지 미풍양속을 지켜야 한다는 등 추상적이거나 모호한 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는 법적인 기만 행위로 시청자를 속이는 것인 만큼 강도 높은 처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연구원은 "재연 상황임에도 일부러 모자이크 처리를 해 실제인 것처럼 묘사한 것은 시청자를 의도적으로 속이려는 것인 만큼 비록 일부분 장르이기는 하지만 엄격한 심의 기준을 적용해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태삼 기자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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