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기로 국내 영화가 시사회 이후 기자간담회를 연 건 2001년작인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때부터다. 어땠냐고? 엉망도 그런 엉망이 없었다. 기자들은 거의 질문을 하지 못했고 그런 반응에 배우들과 감독은 머쓱해져 아무 말도 못하고. 질문이 단 두 개 나왔는데, 그게 뭐였는지 아직도 기억난다. “보습학원이 뭐예요?” (전도연 캐릭터가 보습학원 교사였다.) “설경구씨는 직접 마술을 배웠나요?” 땡!
세월이 흘러, 기자간담회는 시사회 뒤에 당연히 하는 행사가 되었다. 이제는 포토타임 시간도 있고 영화가 끝난 뒤에 남는 사람들도 많다. 뉴스 전달도 빠르다. 기자간담회에서 찍은 사진들과 기사들은 행사 진행 중 거의 실시간으로 올라간다.
발전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이런 기자간담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안다. 여전히 이 행사들은 한심할 정도로 지루하다는 걸. 그건 배우나 감독 탓은 아니다. 입담이 좋건 안 좋건 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모두 할 말이 넘쳐나기 마련이고,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다들 노련해지기 마련이니까. 문제는 기자들에게 있다.
문제 1. 한마디로 그들은 숫기가 없다. 기자간담회가 막 시작됐을 때는 다들 조용하다. 진행자가 앞에 나와서 “질문 없습니까?”라고 한 1분 동안 설치면 간신히 한 명 나온다. 그리고 그 사람들은 대부분 정해져 있다. 난 ㅅ신문사의 ㅇ기자가 입을 떼지 않았다면 시작도 못하고 끝났을 기자간담회를 몇 번 겪었다.
문제 2. 질문의 질이 낮다. 여기서 무작정 일반론을 전개할 생각은 없다. 위에서 언급한 o 기자들처럼 좋은 질문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은 소수이고 대부분의 질문들은 수준 이하다. 정곡을 찌르지도 못하고 산만하고 상상력이 부족하다. 하긴 제대로 된 인터뷰를 하는 사람들은 기자간담회에서 시간 낭비를 하지는 않을 거다. 그래도 행사에서 촌스럽게 보이지 않을 정도의 수준은 유지하는 게 프로의 태도가 아닐까?
6년의 세월이 흘렀는데도 왜 발전이 없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피드백의 부재 때문이다. 이런 행사에서 피드백이 가능한 사람들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동료 기자들밖에 없는데 둘 다 그런 걸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 때문에 습관들은 반복되고 행사의 질은 올라갈 줄을 모른다.
얼마 전 부산국제영화제의 행사였던 스타 서밋 아시아에서 했던 기자회견이 수준 이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직접 간 사람에게 물어보니 정말 가관이었던 모양이다. 어쩔 수 없이 마이크를 들고 아리랑까지 불러야 했던 존 조에게는 정말 미안하다고 하고 싶다. 원래 우리 수준이 그렇다. 지금이라도 서로 피드백을 해주며 발전을 꾀할 수밖에.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듀나/소설가·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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