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종 관장
홍보전단 직접 돌려 관람객 호응 받는 광주박물관 조현종 관장
“시민한테 한 걸음 더 다가가야죠. 우리끼리 박물관 안에서만 공부하고 전시하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광주시 북구 매곡동 국립광주박물관. 조현종(51) 관장은 “올 들어 ‘비단벌레전’ ‘고인돌전’ ‘화폐여행전’ 등 특별전을 아홉차례 열면서 ‘박물관은 딱딱하고 고루하다’는 인상을 지우려 애썼다”며 “이곳을 문화놀이터로 여기는 이들이 늘어나 다행스럽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부임한 뒤 박물관을 시민한테 돌려주는 데 몰두했다. 박물관 안에 고객만족팀을 꾸리고 ‘발굴도 보존도 주민과 함께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4월에는 광주시내 아파트 단지에 전시 일정과 교육 내용을 알리는 전단지 2만여장을 뿌렸다. 이렇게 뿌려진 초대장은 일곱달만에 무려 22만장으로 늘어났다.
처음에는 반응이 엇갈렸다. ‘책상 물림’들이 놀라울 정도로 바뀌었다는 격려와 공공기관이 전단지까지 돌리느냐는 냉소가 교차했다. 내부에서는 당장 초대에 응하지 않아도 입소문이 돌고 있는 만큼 ‘저비용 고효율’의 홍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학생·아동이 관심있는 전시는 새 개발지역 쪽에, 중장년층이 찾을 만한 전시는 옛 주택지 쪽에 뿌리는 세분화를 시도했다.
그는 여기에 머물지 않고 한 발짝 더 내디뎠다. 음악회나 영화제가 열리면 박물관에서 가까운 아파트 단지 30여곳에 포스터를 붙이는 작업을 곁들였다. 가입자가 많은 휴대전화에도 눈을 돌렸다. 박물관의 프로그램에 참여했거나 교육자료를 받으려는 시민 1300여명한테 주기적으로 문자를 전송해 전시와 교육을 안내했다.
대중화에 팔을 걷어붙이자 자연스럽게 관람객도 차츰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람객은 올 1~9월 15만여명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1만여명보다 40%가 늘어난 수치다. 또 홍보의 대상을 기관·학교에서 지역·가구로 확대한 덕분에 가족 단위 관람객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 부수효과도 뒤따랐다. 가족 단위로 참여하는 ‘신나는 토요일 즐거운 박물관’의 인터넷 예약은 10분 안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관람객이 늘자 박물관 외부에 산책길을 다듬고, 내부에 뮤지엄 카페 ‘자미탄’을 여는 등 손님맞이에 신경을 썼다.
조 관장은 1984년 광주박물관의 일용직 고용원으로 들어가 92년 세계적 농경유적인 광주 신창동 유적의 조사에 참여하며 선사고고학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했다.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고고부장으로 일하면서 ‘상원 검은 모루’ 등 북한의 국보급 문화재 90여점을 들여와 ‘북녘의 문화유산전’을 열기도 했다.
광주/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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