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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소중한 기록 믿고 맡길 문학박물관 생겼으면”

등록 2007-12-10 19:23

문단 찍기 40년 ‘작고 문인 사진전’ 여는 김일주씨
문단 찍기 40년 ‘작고 문인 사진전’ 여는 김일주씨
문단 찍기 40년 ‘작고 문인 사진전’ 여는 김일주씨
“소설가로 등단했지만, 어쩌다 보니 사진쟁이가 되어서 40년 세월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소설을 계속 썼으면 숱한 문학상 중 하나쯤은 제게도 차지가 오지 않았겠나 싶은 회한이 없진 않지요. 그래도 나 아니면 누가 이렇게 문인들 사진을 찍어서 남겼을까를 생각하면 큰 보람을 느낍니다.”

문인 사진을 전문으로 찍는 김일주(65)씨가 작고문인 102명의 사진을 모아 사진전을 연다. 17일부터 23일까지 예술의전당 안 아르코예술정보관에서 열리는 전시에는 황순원 김동리 박목월에서부터 올해 작고한 피천득 김영태 하근찬에 이르기까지 작고 문인 102명의 흑백사진이 나온다. 이 가운데 이상 김유정 채만식 김수영 등 10명의 사진은 김씨가 직접 찍은 것이 아니라 유족들이 보관하고 있던 필름을 복사한 것이다.

소설가 등단 ‘문단 감초’로 8만컷 찰칵
육필 원고도 1톤분량·작가 서명도 수집
나이 들고 자료들 낡아 정리·보관 ‘걱정’

본명이 ‘김태영’인 김씨는 1966년 단편 <산령제>가 오영수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 실리면서 소설가로 등단했다. 그러나 신문과 잡지에서 글도 쓰고 사진도 찍던 그는 문인 사진이 태부족인 현실의 문제를 절감하고 소설을 작파한 채 직접 사진을 찍는 길로 나섰다. 신춘문예와 문학상 시상식장, 문인 단체 모임과 사적인 술자리에 이르기까지 문인들이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카메라를 들고 찾아갔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자 ‘문단의 감초’라는 별명을 얻어 가며 40년 남짓 찍은 사진이 8만여 컷.

“제 사진은 작품사진이라기보다는 기록사진에 가깝습니다. 저부터가 사진작가가 아닌 사진기자의 심정으로 작업을 해 왔어요. 그 때문에 예술성은 떨어질지 모르지만, 문인들의 생생한 모습을 서재와 모임 등 현장에서 담았다는 데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 나온 사진 중에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다. ‘명동백작’ 이봉구가 말년에 수유리 변두리의 선술집에서 쓸쓸하게 독작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발안 집에서 맞은 아이의 돌잔치 때 고무신을 신고 담배를 피워 문 이문구, 고향 안성 들판에서 팔베개를 하고 편안하게 누운 박두진의 사진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에 나온 작품 대부분이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들이다.


“요즘 건강도 좋지 않다 보니까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부쩍 듭니다. 그러나 찍어서 쌓아놓기만 했을 뿐,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관할 엄두가 나질 않아요. 국가에서 문학박물관 같은 거라도 세운다면 그곳에 기증하고 싶습니다만.”

그는 사진뿐만이 아니라 1톤 분량의 육필원고 역시 소장하고 있노라고 했다. 그가 문학잡지의 편집기자로 일하던 70, 80년대에 수집된 것들이다.

“황순원 선생의 원고를 비롯해 전상국씨의 <아베의 가족>, 황석영씨의 단편 등 웬만한 문인들의 원고는 다 가지고 있어요. <창작과비평>의 백낙청 선생 같은 이는 저한테 일부러 전화해서 원고를 가져가라고 이르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1980년 <창작과비평> 폐간호의 원고도 제가 가지고 있게 되었어요. 수십 년씩 지나다 보니까 종이가 삭고 바스라지고 있어요. 더 늦기 전에 문학박물관이 세워지면 사진과 함께 이 원고들도 기증하고 싶습니다.”

연말에 부쩍 많아진 문학상 시상식장과 이런저런 문단 모임에 가면 지금도 카메라를 든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몇 년 전부터는 행사 플래카드에 참가 문인들의 서명을 받아 챙겨가곤 한다. 그렇게 해서 모인 플래카드 역시 50여 장에 이른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전 사회적으로 문학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생겼으면 한다”고 그는 거듭 강조했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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