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방송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원로학자 송방송씨, 국립중앙도서관에 기증
그간 받아줄 곳 못찾아 “국내학자 홀대 서운”
그간 받아줄 곳 못찾아 “국내학자 홀대 서운”
원로 음악학자인 송방송(66)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평생에 걸쳐 모은 국악 관련 도서와 음반, 사진 등 1만여점의 자료를 국립중앙도서관에 내놨다. 도서류가 9677권, 시청각 자료 등이 1500점 남짓으로 트럭 두 대에 실어 옮겨도 남았을 정도로 많은 분량이다. 특히나 기증 도서의 절반 가량은 국립중앙도서관에 없는 책들로 자료 가치도 매우 높다.
올해 초 정년퇴임한 송 전 교수는 24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국악학자를 비롯한 음악 연구자들이 유용하게 썼으면 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료들 가운데는 일제 초기 간행된 <악학궤범> 복간본은 물론, 일본 <육국사>나 중국의 <이십오사> 등 고대음악사 연구자료들이 많다. 일본 정창원에 소장된 악기의 목록집으로 1960년대 간행된 <정창원>은 삼국시대 일본에 들어간 악기들을 볼 수 있는 귀중한 사료로, 일본에서도 절판돼 6만엔(60만원)에 거래될 정도다.
미국 쪽에서도 자료들을 탐냈으나, 송 교수는 국내 도서관을 고집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국내 도서관들의 국내 학자 ‘홀대’에 서운함도 느꼈다고 말했다.
“기증처로 몇 곳을 알아봤는데, 외국인들이 주는 자료는 몇 백권이라도 별도의 자료방을 만들어 대접해주면서 국내 학자여서인지 책을 전부 흩뜨리겠다고 해 아쉬웠다.”
국립중앙도서관은 4층 인문사회관에 ‘송방송 기증문고’를 설치했으며, 오는 27일부터 한달 동안 기념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
송 전 교수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사서와 <양금신보>를 비롯한 수많은 고악보 연구로 한국음악학에 큰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가 펴낸 <한국음악통사>는 한국음악사학의 교과서로 꼽힌다.
한편 국내 시설이 척박한 까닭에 국악 1세대, 2세대 학자들의 자료가 국외로 반출되는 사례가 많다는 아쉬움도 함께 나온다. 노재명 국악음반박물관 관장은 “얼마 전 돌아가신 국보급 인간문화재 김천흥 선생은 국립국악원 내의 국악박물관에도 자료 수용이 안돼 미국에 기증했다고 알고 있다”며 “자료를 기증할 곳을 찾지 못하고 사정해서 보관해 달라는 형국이다. 국악 1세대, 2세대 학자들의 자료를 마땅히 수용해 주는 기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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