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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상처입은 몸을 살아있는 캔버스로

등록 2008-11-11 18:53수정 2008-11-11 19:20

테오(26·본명 김태우·사진)
테오(26·본명 김태우·사진)
한예종 최우수졸업작 낸 ‘타투 디자이너’ 김태우씨
군복무때 화상으로 우울증까지
‘타투’ 몰두하며 상처 어루만져
“편견 없이 떳떳한 예술 하고파”

“내 몸의 화상을 예술로 승화시키고 싶었습니다. 고통스럽지 않았느냐구요? 화상은 제가 선택할 수 없었던 고통이었지만, ‘타투’(문신)는 제가 선택한 것입니다. 화상이 앗아간 자신감을 되돌려주었죠.”

‘타투 디자이너’ 테오(26·본명 김태우·사진)씨는 군복무 시절인 지난 2003년 몸의 절반 정도에 화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다. 보일러 수리를 하던 중 실수로 뜨거운 탕 안에 빠진 것이다. 그는 “매일 죽음을 기도할 만큼 고통스런 치료 과정을 거쳐” 2005년 퇴원했지만, 곧이어 우울증이 찾아왔다. 1년 넘도록 집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사고가 나기 전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디자인과에 다니며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던 그의 인생은 끝난 듯 했다. 얼룩덜룩한 다리만 멍하니 쳐다보던 어느날, 그는 ‘몸에 그리는 그림’ 타투를 만났다.

11일 오후 교정에서 만난 그는 “처음으로 제가 직접 새긴 타투”라며 바지를 걷어올려 왼쪽 다리에 그려진 새를 보여주었다. 알록달록한 북아메리카 전통 문양의 새가 화상을 극복한 다리에서 날아올랐다. 복학한 뒤 그는 타투에 몰두하며 스스로의 상처를 어루만졌다. 디자인으로서의 글씨(타이포그라피)와 타투를 접목한 졸업작품 ‘타투 디자인’은 최우수작으로 선정됐다. 졸업작품 중 하나는, 베이징 올림픽 때 수영선수 박태환을 보고 떠올린 ‘라이크어피쉬’(Like a Fish) 문양인데, 물고기를 닮은 이 글씨들은 위아래를 뒤집어도 똑같이 읽힌다. “무엇보다도 타투는 화폭이 되는 게 사람의 몸인데, 멈춰있지 않잖아요. 그래서 착안한 것이 글자를 뒤집어도 똑같이 볼 수 있는 ‘엠비그램’ 이라는 개념인데, 교수님들이 다양한 디자인의 활용성을 높게 평가해주신 것 같아요.”

그의 소망은 “떳떳한 예술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타투는 아직 국내에서 불법 의료 행위로 취급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시선도 곱지 않다. “흉터가 있는 배에 타투를 한 첫날, 어머니가 보고 아무 말도 없이 우셨어요.” 그 눈물이 밟혀서 정작 부모님께는 아직까지 타투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말을 정식으로 꺼내지 못했다.

그는 12일~17일 한국예술학교 석관동 캠퍼스에서 동료들과 함께 졸업작품 전시회를 연다. “사람들이 ‘조폭이나 하는 것’이라는 타투에 대한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습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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