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천(사진)
민병천 감독, EBS 다큐멘터리 영화로 재현
“7500만년 전 백악기 때 한반도에 살던 토종 공룡들의 영상 이야기입니다. 해남이쿠스, 부경고사우르스…. 이런 공룡 이름 들어봤나요?”
영화 <유령>, <내추럴시티>를 만든 민병천(사진) 감독이 최근 ‘공룡 영화’를 완성했다. 24~26일 <교육방송>(EBS)에서 방영할 다큐멘터리 영화 <한반도의 공룡>(밤 9시55분)이 벌써부터 화제다. 교육방송 한상호 피디와 손잡고 만든 이 영화 속에서, 익룡 ‘해남이쿠스’는 하늘을 날고, ‘부경고사우르스’는 게걸스레 풀을 씹고, 프로토케라톱스는 육식 공룡들의 사냥을 피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진짜 주인공은 ‘공룡들의 제왕’ 테리지노사우르스의 알에서 태어난 새끼 공룡 ‘점박이’다.
민 감독은 이 공룡들의 ‘어미’이고. 3년 전 설립한 올리브 스튜디오가 산실이다. 지난해 애니메이션 <냉장고 나라 코코몽> 등으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직후, 실사 화면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해 백악기 한반도를 재현하는 프로젝트의 공동 작업을 제안받은 게 계기가 됐다.
“공룡을 만든다는 건 최고 수준의 그래픽 기술과 인력을 지녔다는 뜻입니다. <반지의 제왕> <괴물>을 작업한 웨타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서너 군데 밖에 없어요. 설레는 일이었지만, 처음부터 자신 있었다면 거짓말이죠.”
교육방송 제작진과 뉴질랜드 원시림을 누비며 배경 화면을 찍는 일부터 시작했다. 공룡 모형을 연구하고, 카이스트 노준영 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특별 수업’도 받았다. 스태프 80여 명을 이끌며 토종 공룡 8종을 비롯한 이 땅의 백악기 주인들을 하나 둘 되살렸다. 뼈대에 거죽을 입혀 걷고, 뛰고, 사냥하며 ‘감정 있는 생물’로 만드는 데 꼬박 1년이 걸렸다. 영화 <쥬라기 공원>에서 공룡은 10분 정도 등장하는 단순 포식자일 뿐이지만, 이 영화 주인공 점박이는 90분 동안 화면을 누비며 생의 희로애락을 표현한다.
”이젠 <반지의 제왕> 같은 것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그는 점박이를 주인공으로 한 극장용 장편도 만들어 볼 참이다. “적은 비용으로 구현할 수 있는 최고급 영상 기술을 쌓아 외국 시장에서도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 섰다”고 했다.
글 이미경 <씨네21> 기자 friendlee@cine21.com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사진 정용일 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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