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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이사람] ‘70년대 소녀시대’ 딸도 재밌대요

등록 2009-02-13 18:20수정 2009-02-13 20:21

김용희(46) 평택대 교수
김용희(46) 평택대 교수
‘소설 겸업’ 선언한 문학평론가 김용희 교수
“초등학교 때부터 문예반 활동을 하면서 시를 썼고 결국은 시 전문 평론가가 됐지만, 그것만으로는 제 안의 서사 욕망을 충족시키기 어려웠습니다. 고등학생 딸과 소통하는 데에도 시나 평론보다는 소설이 적절하다고 생각했어요.”

‘란제리…’ 좌충우돌 여고생 그려
“문단 풍토에 회의…또 소설 준비”

중견 문학평론가 김용희(46·사진) 평택대 교수가 장편소설 <란제리 소녀시대>(생각의나무)를 펴내며 ‘소설 겸업’을 선언했다. 1992년 <문학과 사회>를 통해 등단한 김 교수는 그동안 <페넬로페의 옷감짜기-우리 시대 여성 시인>을 비롯한 시 평론집 네 권과 문화 및 영화 평론집 세 권 등을 냈다.

<란제리 소녀시대>는 10·26에서 12·12로 이어지던 70년대의 끝자락, 대구의 여고 2학년생 이정희를 주인공 삼은 자전적 성장소설이다. 정희는 여느 여고생들처럼 공부와 시험에 치이고 학교 선생님들로부터 끊임없이 닦달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연애와 문학이라는 일탈을 시도하기도 한다. 정희는 하얀 피부에 창백한 얼굴을 지닌 전학생 박혜주와 친해지게 되는데, 어느 날 혜주에게 끔찍한 일이 발생한다. 동네 총각에게 납치되어 겁탈을 당한 것. 그러나 혜주의 부모는 가해자를 고발하라는 학교 선생님의 권유도 마다한 채 혜주를 가해자에게 시집보내려다가 소리 소문 없이 동네를 뜨고, 정희는 혜주가 납치되던 밤 골목에서 들려오던 이상한 소리를 외면했던 데 대해 뒤늦게 자책한다….

“사춘기 딸아이에게, 엄마에게도 이런 사춘기가 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독재정치로 대표되는 현실의 폭력, 교실에서 교사들이 가하는 유형 무형의 폭력, 그리고 여성의 몸에 가해지는 폭력, 이 세 가지 폭력에 맞서며 ‘여자’가 되어 가는 소녀의 성장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이소룡과 얄개, 빵집에서 이루어지는 미팅과 문학의 밤 행사 등 당대의 문화적 아이콘과 풍속이 실감나게 재현되면서 70년대 ‘명랑소설’풍으로 경쾌하게 진행되던 소설은 혜주에게 닥친 끔찍한 재난과 더불어 무겁게 막을 내린다. 그러나 “왠지,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은 고난과 폭력 속에서도 굴하지 않는 생에의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딸의 눈높이에서, 가볍게 썼습니다. 책을 읽은 딸이 낄낄거리면서 재미있다고 말하는 걸 보고 ‘성공했구나’ 생각했어요. 한편으로는 문단의 반응이 어떨지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발가벗고 매대에 누웠구나 하는 비판과 비아냥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문단의 지나친 엄숙주의에는 동의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 교수는 “친정을 욕하는 것 같아 불편하지만, 시인·작가와 편집자의 나르시시즘이나 만족시키는 주문형 평론과 주례사 비평이 횡행하는 평단 풍토에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올해 연구년을 얻은 그는 “적어도 당분간은 평론 청탁은 사절하면서, 대학생이 된 정희를 통해 80년대를 돌아보는 두 번째 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쾌 발랄 발칙 불온한 소설” “영화나 드라마화에 적합한 시각적인 소설” “우리말의 리듬과 물질성을 잘 살린 소설”이 그가 쓰고자 하는 소설이다.

글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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