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화제가 된 ‘내 나이 서른 하고 네 살’을 부르는 김우섭(34·오른쪽), 엄태호(34·왼쪽)씨의 동영상. 같은 학교 성악과 출신인 이들은 “대통령이 우리를 가수로 만들었다”며 웃었다.
청년실업 등 세태풍자 노래로 화제 모은 ‘잡리스’
“내 나이 서른하고 네 살, 왜 아직도 용돈 타 쓰나/ 그건 내가 실업자기 때문이죠, 어떡하죠 구해줘 임영박/ … / 학자금 대출로 빚쟁이죠, 내 나이는 서른하고 네 살/ … ”
최근 인터넷에선 청년 백수의 삶을 그린 ‘내 나이 서른 하고 네 살’이란 노래가 화제다. 웨스트라이프의 명곡 ‘유 레이즈 미 업’(You raise me up)을 개사한 해학적인 노랫말이 돋보인다.
노래를 부른 ‘잡리스’(jobless)는 세종대 출신의 젊은 성악도 김우섭·엄태호씨가 이달 초 결성한 듀엣 그룹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 젊은층의 실업대란과 공안정국 이야기 뿐이다. 세상에 변화를 주고 싶었는데, 우리가 할 줄 아는 게 노래 뿐이니 노래로 표현해 보자고 생각했다.” 잡리스 김씨의 말이다. 실제로 그의 나이도 서른 넷이니, 노랫말도 자신의 이야기다.
이들은 그냥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을 것 같아” 노래를 블로그에 올렸을 뿐인데, 호응은 의외로 컸다. 함께 올린 ‘우리반 반장 임영박’도 인기다. 이러자 “기분이 좋으면서도 염려가 된다”는 게 이들의 솔직한 심경이다.
노래 ‘내 나이 …’에는 “선거 때는 1년에 60만개 일자리 만들겠다더니 10만개로 줄이셨더라구요/ 어쩌죠, 허위사실 유폰데 구속되셔야겠어요”라고 이명박 대통령을 비꼬는 대목이 있다. 또 ‘우리 반 …’은 인터넷 풍자글을 영화음악가 엔리오 모리꼬네의 곡에 담은 것으로, 용산철거민 사태를 신랄하게 풍자하고 있다.
김씨는 “실업자가 돼서 가수가 된 셈”이라며 “현실을 노래했을 뿐인데 저절로 사회비판이 되어 버리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결혼식에서 축가 및 연주 관련 일을 돕는 사업을 하며 생계를 잇고 있다. 같이 노래를 부른 엄씨는 이탈리아 유학을 다녀온 실력파다. 유학을 떠나기 전엔 최근 해체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오페라합창단원이었다. 결국 취직을 하지 못했다.
이들은 자신의 누리집에 국립 합창단 해체 논란과 관련해 젊은 음악인들의 분발을 촉구하는 글귀를 올려 놨다. “세상을 가지고 노는 게 광대라 했다. 세상에 지면 그건 예술가가 아니다.”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글·사진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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