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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승부다 싶으면 나를 괴롭혀서라도 해내죠”

등록 2009-08-02 19:37

SBS ‘드림’서 격투기 선수 변신 김범
SBS ‘드림’서 격투기 선수 변신 김범
SBS ‘드림’서 격투기 선수 변신 김범




주목받는 조연으로 존재감 쌓아
“배역 크기보다 인물 개성 중요”
꽃남 소이정보단 남자 이장석?
“보기보다 거칠고 사연도 많아”

“엄마, 영화 보고 자도 돼?” “제목이 뭔데?” “<양들의 침묵>!” “그래, 너무 늦게까지는 안 되고….”

늦은밤, <월레스와 그로밋-양털도둑>과 <양들의 침묵>이 헷갈렸는지 어머니는 <양들의 침묵>을 허락했다. 그때 김범의 나이 7살. 꼬마 김범은 초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갓 배운 한글 솜씨로 장래 희망란에 ‘영화감독’이라고 또박또박 써넣었다. 그리고 10년 만에 배우가 됐다.

차세대 한류 스타로 불리지만, 김범은 여느 아이돌 스타와는 다른 궤적을 그리고 있다. 친구네 집에 눌러앉아 있다시피 하며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온갖 철면피 짓을 다 하는 <거침없이 하이킥>의 하숙범, 아버지의 죽음이라는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에덴의 동쪽>의 어린 동철, 천상천하 절대우월의 외모를 지닌 <꽃보다 남자> 소이정 등 주연보단 늘 주목받는 조연으로서의 존재감이 그가 쌓아올린 지금까지의 성과다.

하숙범은 민호 역에서 탈락한 김범을 아낀 감독과 작가가 즉석에서 만들어낸 배역이다. 어린 동철은 또래의 가수 출신 연기자의 몫으로 돌아갈 뻔한 것을 스스로 살려냈다. 소이정 또한 김범의 도드라진 연기가 극 중반 이후 비중을 더 크게 만들어 놓았다. “배역의 크기보다는 인물의 개성을 본다”는 그의 말처럼, 그는 자신이 맡은 인물을 드라마 안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도록 만드는 비범한 재주를 보여왔다.

이런 힘은 어디서 왔을까?


“승부다 싶으면 스스로를 괴롭혀서라도 해내고 만다”는 스물한 살 김범, 에스비에스 드라마 <드림>의 격투기 선수 이장석으로 돌아온 그를 지난 28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의 촬영 현장에서 만났다.

“이틀 밤을 꼬박 샜어요.” 그 말에 앞서는 것이 “운동 부족”이란다. 앞으로 격투기 장면에서는 상체를 드러내야 하니 몸 이야기를 할 법하지만, 정작 그의 관심사는 온통 ‘진짜’ 격투기다. 화면에 보여질 격투기 기본동작들을 설명하며 좌우로 내젓는 손짓은 인터뷰 내내 계속됐다.


SBS ‘드림’서 격투기 선수 변신 김범
SBS ‘드림’서 격투기 선수 변신 김범
“중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축구에 꽂혔어요. 무작정 축구부에 들어갔죠.”

격투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축구 얘기다. “동네 축구를 하던 모범생이 중학교에 들어가서 축구를 시작했어요.” 자신의 얘기를 ‘인간극장’처럼 장면을 나눠가며 풀어간다. “이미 수년 동안 선수 생활을 해온 친구들과 경쟁해서 주전 자리에 들어가려고 매일 밤, 잠을 자지 않고 몰래 다른 학교 운동장에서 공을 찼지요.” “다른 동료들이 경쟁심에 따라 할까 봐 동료나 코치도 모르게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다”며 ‘치사하게’ 보일 법한 내용까지 시시콜콜 얘기한다. 스스로도 재미있는지 웃음소리가 크다. “1년여 만에 주전이 아닌 주장이 돼 서울시 대표를 뽑는 최종전까지 진출했다”는 대목에서는 박수라도 칠 기세다. 10여분….

“결국, 돌아보면 몰래 축구 연습을 했던 것이나, 스스로의 한계 안에서 괴로워하고 그것을 감추기 위해 더 강해지려고 발버둥쳤던 게 격투기 선수 이장석을 닮았어요.”

축구 얘기 끝에 그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장석’이다. 어렸을 적부터 축구 선수의 경험, 그 거친 몰입이 이장석과 다르지 않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스스로 얼마나 이장석에 몰입하느냐, 격투기 장면을 얼마나 사실감 있게 그려내느냐가 극의 성패를 가늠할 것이라는 그의 판단은 100% 정답이다. 이야기 틀을 잡는 전개가 마무리되는 3회부터 격투기 선수를 연기하는 김범은 본격적으로 중심에 선다.

이장석과 달리 곱게 자라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극 중 이장석은 소매치기인 아버지의 강압으로 학업을 중단하고, 결국 아버지 때문에 소년원까지 다녀오게 된 상처를 지닌 인물. “스스로를 닦달하며 사는 스타일이어서 보기보다 거칠고 사연도 많다”고 되받는다. 이장석과 자신이 어떻게 닮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다시 이어진다. 가족들, 기획사 식구들과 공동운명체인 것도, 에이전트와 한 몸이 돼 성공을 향하는 이장석을 닮았다고 한다. 인물 분석에 대한 노력을 평가받고 싶었던 것일까. 인터뷰 내내 생글생글한 하숙범이나 소이정의 모습이 잘 느껴지질 않는다. 자신을 끝없이 닦달하는 어린 수도사 같다.

대뜸 “욕망은 뭐냐?”고 물었다. “지금 행복해야 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축구 선수 하던 시절에도 밤 시간의 몰래 연습 뒤 자는 시간을 또 쪼개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고 했다. “독하다”는 말에 인터뷰 말미에 “약해서 그렇다”고 답한다. “약해서 더 강하게 보이려고 하고…. 거기에서 오는 성취감이 ‘지금은’ 좋다”고 말한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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