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우씨
집행위원장 조성우씨
지난 13일 저녁 충북 제천시 청풍호 호반무대. 하늘과 호수가 먹빛으로 하나 될 무렵, 올해로 5회째를 맞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이하 제천영화제) 개막작 <솔로이스트>(조 라이트 감독,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제이미 폭스 주연)가 스크린에 걸렸다.
<원스>(3회), <로큰롤 인생>(4회) 등 화제가 된 개막작으로 유명한 제천영화제의 선택은 올해도 기대 이상이었다. 정신분열에 빠져 노숙자가 된 천재 음악가와 신문 기자의 우정을 그린 이 영화는 미국의 메이저 영화사 유피아이가 오는 10월 국내 개봉할 계획이다. 국내 영화제 개막작으로 할리우드 직배 영화가 선정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회 때부터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조성우(사진)씨는 “<솔로이스트>는 영화제 마케팅이 따로 필요 없는 영화라서 여러차례 거절을 당했다”며 “이 영화 아니면 대안이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영화 제작과 투자, 배급을 해 본 경험에서 우러난 논리를 총동원해서 설득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개막작 상영 도중 잠깐동안이었지만 굵은 소낙비가 쏟아졌다. 조 위원장은 “비가 오는데도 3천여 관객들이 거의 모두 자리를 지켰다”며 “저한테는 그게 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제천영화제는 짧은 기간에 제 자리를 잡았다.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을 뿐 아니라, 관객도 연인원 5만명에서 12만명으로 해마다 늘었다. 올해는 티켓의 60%를 인터넷 예매로 풀었는데 거의 다 소화됐다.
조 위원장은 음악으로 특화한 장르영화제라는 점과 제천의 아름다운 풍광, 제천시와의 유기적인 협력 등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그는 “음악영화제로서는 제천영화제가 세계에서 가장 독보적인 존재일 것”이라고 자평했다.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의 영화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그는 음반 및 영화 제작·투자사인 엠앤에프시(M&FC) 대표이자, 연세대 철학과 겸임교수이기도 하다. 학생운동을 하면서, 대학 밴드에서 리드 기타도 쳤던, 아주 특이한 부류였던 그는 철학과 음악을 함께 하고자 영화음악을 시작했다.
“영화제를 하면서 가장 큰 보람은 영화음악산업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영화음악상을 제정했고, 영화음악아카데미에서 살아있는 영화음악을 가르치고 있으며, 세계 영화음악가들과 교류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죠. 앞으로는 영화와 음악에 관련된 철학 책을 내는 게 꿈입니다.” 욕심 많은 남자는 잠잘 시간도 없을 것 같다. 실제로 인터뷰 당시 그는 전날 한숨도 자지 못한 상태였다.
제천/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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