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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류 붐 지폈는데…20년 극장명성 와르르”

등록 2009-10-12 20:43

이봉우(49) 일본 시네콰논 대표
이봉우(49) 일본 시네콰논 대표
일본 시네콰논 이봉우 대표




일본 예술영화를 주로 틀었던 ‘시네콰논 명동’ 극장을 기억하시는지. 시네콰논 명동은 빼어난 일본 영화들을 단독 상영하며 짧은 기간 애호가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명소였다. 그러나 이 극장은 지난해 봄, 불과 2년여 만에 갑자기 문을 닫고 말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이 극장을 설립했던 재일동포 2세 이봉우(49·사진) 일본 시네콰논 대표를 14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해운대 바닷가의 한 호텔에서 만났다.

명동점 건물주 부도로 문닫아
일본 극장에 파급…규모 줄어

“우리가 세 든 건물 주인이 부도를 내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갔어요. 임대 보증금과 인테리어 비용 등을 포함해 40억원을 날리고 말았죠. 소송에서는 이겼지만 건물 주인이 모든 재산을 부인 앞으로 돌려놓고 이혼한 상태라 한 푼도 받지 못했어요. 경매로 건물을 사들인 새 주인은 임대 보증금을 다시 내놓을 것을 요구했고요.”

그는 <서편제> <쉬리> <오아시스> 등 한국 영화를 일본에 배급해 한류 붐의 불을 지핀 인물이다. 이런 업적을 인정받아 2003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공로상을 받기도 했다. 누구보다도 한국 영화를 사랑했던 그가 한국 때문에 발목을 잡히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버젓이 통용되는 모양”이라며 혀를 찼다.

‘서편제’ ‘쉬리’ 등 일본 배급
“요즘 한국영화 창작 열정 안보여”

돈을 빌려줬던 일본 은행들은 오히려 그를 의심했다. 한국의 친·인척을 통해 돈을 빼돌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1989년 시네콰논 설립 이후 20년 동안 쌓아온 신용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회사 규모를 3분의 1로 줄였고, 일본에서 운영하던 5개의 극장 중 1개만을 남기고 문을 닫거나 임대로 돌렸다. 재일동포들 사이에서 시네콰논을 살리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한국 영화의 부진도 그를 힘들게 한다. 이 대표는 “예전에는 한국에서 흥행한 영화가 일본에서도 잘됐는데, 이제 더이상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크게 흥행한 <20세기 소년> 같은 블록버스터가 한국에서 인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성공한 <해운대>나 <국가대표>가 일본에서 흥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한류 붐의 원조가 보는 한국 영화 혹은 한류의 오늘은 몹시 비관적이다.

“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영화들이에요. 몇몇 거대 영화사가 영화계를 좌지우지하는 것도 일본 모델을 따라가고 있는 거구요. 과거처럼 창작자들의 열정이 살아 있는 영화가 눈에 띄지 않아요. 한류는 아줌마들의 단체 행사로 전락해, 비웃음의 대상이 돼버렸고요.”

그렇다고 포기한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이제 완성된 한국 영화를 수입해 가는 단계는 지났다”며 “기획 단계부터 적극 참여해 일본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한국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어로 번역·출간한 자전적 에세이 <인생은 박치기다>(씨네21 북스 펴냄)에서 영화 일을 하게 된 사연, <달은 어디에 떠 있는가>, <박치기> 등을 직접 제작하며 겪은 경험 등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 시장은 앞으로 한국 영화가 살아남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해요. 내가 겪은 경험들이 한국 영화인들에게 참고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부산/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 21> 기자 lightson@cine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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