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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인생 3악장은 봉사하는 삶”

등록 2010-01-12 21:59

정명훈(57) 서울시향 예술감독
정명훈(57) 서울시향 예술감독
‘음악인생 50돌’ 맞은 정명훈




은사 줄리니 말씀 따르고파
메시앙 같은 겸손함도 목표
‘서울시향’ 할 때까지 할 것

“저는 사람이 사는 게 세 부분으로 나눠져 있다고 생각해요. 첫번째는 배우고 크느라 모든 것을 쏟아붓는 과정입니다. 두번째는 20~60살 사이의 직업적 삶이죠. 가족도 생각하고 일도 발전시켜야 하니까 가장 큰 부분이죠. 모든 게 제대로 가면 그때가 세번째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할 때입니다.”

마에스트로 정명훈(57)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올해 음악 데뷔 50년을 맞았다. 그는 불과 7살 때인 1960년 10월 서울 시공관(현 명동예술극장)에서 고 김생려가 지휘한 서울시향과 하이든 <피아노협주곡 라장조> 3악장 협연자로 대중 앞에 데뷔했다. 11일 오후 시향 예술감독실에서 만난 정씨는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세번째 파트를 준비하면서 지휘 거장 줄리니 선생님이 늘 말씀하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인생의 세번째를 대비한 그의 준비는 무엇일까? 정씨는 “일본 도쿄필하모닉 특별 예술고문도 그만두었고 2012년에는 라디오 프랑스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도 정리할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서울시향만은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데까지 하려고 한다”며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음악 인생 50년 동안 그에게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누구일까? 두말없이 어머니 이원숙씨와 두 누나인 첼리스트 정명화(66·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62)씨, 이탈리아 출신의 지휘 거장 카를로 마리아 줄리니(1914~2005), 프랑스 현대 작곡가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을 꼽았다.

“어머니는 항상 제게 ‘잘한다’ ‘잘한다’고 했어요. 아이를 키우다 보면 그게 굉장히 어려운데 어머니는 한결같았습니다. 또 두 누나들은 저의 첫 음악 선생이었죠. 누나들 덕택에 앙상블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음악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는 줄리니였다. 당시 엘에이필하모닉 상임지휘자였던 그는 젊은 정명훈이 피아노냐 지휘냐로 갈등할 때 “너는 지휘자야”라며 중심을 잡아준 큰 스승이다.

“그때까지도 음악가가 지휘한다는 걸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자기 소리가 없고 인간관계도 힘들어서 지휘를 계속할까 고민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지휘하는 것을 보니까 굉장히 순수해서 음악 빼놓고는 다른 게 들어갈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더군요.”

정씨는 “연주자는 박수를 받으려고 하는데 줄리니 선생님은 정말 작곡가를 섬겼다”고 스승을 회고했다.

메시앙은 바스티유오페라에서 정씨가 그의 교향곡 <튀랑 갈릴라>를 연주했을 때 “정명훈은 천재”라고 극찬하며 젊은 거장을 꾸준히 후원해왔다. 정씨는 “줄리니 선생님은 목사 같은 분이고 메시앙 선생님은 성인 같은 분”이라며 “그분들만큼 겸손해지는 것이 내 인생의 목표”라고 말했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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