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대리 아이언웨이를 오르는 참가자들. 류주영/ 사진작가
[한겨레 특집] 인제포토워크숍 | 한겨레사진마을 인제 ‘렌즈’ 속으로
한겨레신문이 주관하고 인제군과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이 공동 주최한 인제포토워크숍이 지난 9월12~14일 강원도 인제군 일대에서 열렸다. 30명의 생활사진가들과 3명의 강사들이 함께 한 이번 워크숍은 첫날 용대리 아이언웨이 암벽등반, 백담사 계곡길 걷기에 이어 둘쨋날 육군 과학화전투훈단에서 열린, 국군 건군이래 최초의 일반인 대상 종군기자체험(한겨레신문 9월16일치 ESC 지면 참고), 마지막날 번지점프와 짚트렉체험으로 이어졌다. 이번 인제포토워크숍의 특징은 평소에 접하기 힘든 다양한 코스에서 체험과 더불어 사진을 찍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참가자들은 새벽부터 시작된 빡빡한 일과를 마치고 밤늦게까지 사진리뷰를 하며 사진에 대한 열정을 불태웠다. 2박3일의 워크숍을 소개한다. 편집자
달랑 30분 교육 받고 올랐다
용대리 매바위 암벽 등반
흘낏 보니 땅이 저만큼
웃음기 싹 가시고
땀만 삐질삐질 배가 아프다고 하고 내려갈까
고민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자존심이 상한다
그냥 올라갈 수밖에
프레임? 렌즈 교환? 무슨…
어찌어찌 정상, 골든벨을 울렸다
오른 자만이 누리는 행복, 상쾌했다 밤에 또한번 ‘사진 암벽’을 올랐다 인제포토워크숍의 첫 일정은 매바위 아이언웨이 암벽등반으로 시작됐다. 매바위코스는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매바위(높이 100m)에 설치된 암벽등반코스로 2010년 7월부터 문을 열었다. 아이언웨이는 바위에 케이블을 달고 발판(스탬플)을 박아넣어 전문적인 등반 기술이 없어도 짧은 현지교육을 통해 바로 암벽을 오를 수 있게 접근성을 강화한 모험레포츠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두루 이용할 수 있다. 멋진 앵글 생각에 까짓거 매바위 정상에서 쏟아지는 인공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어울려 보기에도 시원한 코스처럼 보였다.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시원한 앵글이 멋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발판(스탬플)에 매달렸다.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첫 경험이었을 암벽등반은 그렇게 시작됐다. 30분 교육을 받고 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처음엔 그냥 쇠로 만든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성큼성큼 올라가다가 잠깐 아래를 봤더니 어느새 땅이 저만큼 멀어져 있었다. 표준렌즈만 들이대도 광각렌즈처럼 찍힐 정도로 시야가 넓었다. 아찔했다. 곧바로 고민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배가 아프다는 식의 적당한 핑계를 대고 그냥 내려간다고 할까….” 바로 밑을 따라오던 참가자 이호성(45)씨와 눈이 마주쳤다. 왜 빨리 올라가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어보이려고 했으나 웃음도 잘 나오질 않는다. 되돌아가긴 틀렸다. 그냥 올라갈 수밖에. 머리와는 달리 몸이 영… 교육받을 때 강사들이 “팔에 힘을 주면 쉬 기운이 빠지니 다리로 버텨라”라고 했던 말을 잊어버리진 않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허리에 달린 두 개의 캐러비너가 바위에 설치한 케이블과 나를 연결해준다. 최대 2t의 무게까지 지탱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쇠줄이나 발판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렌즈를 갈아끼면서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교환할 렌즈까지 몽땅 등에 매달고 있었지만 렌즈 교환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가 없었다. “렌즈 하나만 들고 올라올 것을….” 중간쯤에 이르자 발판이 아닌 평평한 바위에 올라설 공간이 있었다. 물론 그렇 다고 해서 두 손을 모두 놓진 못했다. 그래도 낙오 없이 하나하나 바로 아래에서 계속 나를 압박하면서 쫓아오고 있는 이호성씨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파인더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연사로 눌렀다. “프레임 구성은 무슨….” 그래도 서너 장 누르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이씨에게 포즈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도 얼굴이 굳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빨리 올라가라는 눈치다. 헉! 어떻게 마무리를 했는지 자세한 기억도 없이 결국은 참가자 전원이 차례대로 정상에 올랐다. ‘도전 골든벨’에 나오는 것 같은 종이 달려 있었고 등반 성공을 자축하는 사람들이 종을 울린다. 교육을 받을 땐 안전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등반 과정에선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자 “과연 안전하긴 했다”는 말이 입에서 나온다. 손발 오그라들거나 발그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힌 참가자들은 정상에서만 찍을 수 있는 미니어처같은 아래쪽 풍경을 찍은 뒤 하산을 서둘렀다. 절벽에서 완전히 내려온 뒤에 든 생각이지만 인제포토워크숍의 첫 코스는 상쾌했다. 등반하는 사람들을 기록하기 위해 아래를 지켰던 몇몇 참가자들도 상쾌한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오후 일정은 백담사 산행. 하루 전까지 쏟아졌던 폭우 탓으로 도로가 끊어져 마을버스가 중간까지만 가기 때문에 참가자 전원은 두 시간가량 청정 숲의 공기를 마시며 다리품을 팔았다. 엄청나게 불어난 계곡은 ‘콸콸’ 입체음향을 들려주었고 오른쪽의 바위엔 빗물이 ‘뚝뚝’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자연을 담는 셔터소리가 들려왔다. 밤늦은 시각에 숙소인 만해마을에서 사진리뷰가 시작됐다. 저마다 열정을 담아서 찍은 사진이겠지만 막상 사진 속에선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강사의 지적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는 참가자, 예상치 않게 칭찬을 들어서 한껏 고무된 참가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본인의 사진과 강사의 리뷰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지만 3시간 가량 이어진 리뷰시간의 열기만큼은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나눈 밤이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달랑 30분 교육 받고 올랐다
용대리 매바위 암벽 등반
흘낏 보니 땅이 저만큼
웃음기 싹 가시고
땀만 삐질삐질 배가 아프다고 하고 내려갈까
고민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자존심이 상한다
그냥 올라갈 수밖에
프레임? 렌즈 교환? 무슨…
어찌어찌 정상, 골든벨을 울렸다
오른 자만이 누리는 행복, 상쾌했다 밤에 또한번 ‘사진 암벽’을 올랐다 인제포토워크숍의 첫 일정은 매바위 아이언웨이 암벽등반으로 시작됐다. 매바위코스는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매바위(높이 100m)에 설치된 암벽등반코스로 2010년 7월부터 문을 열었다. 아이언웨이는 바위에 케이블을 달고 발판(스탬플)을 박아넣어 전문적인 등반 기술이 없어도 짧은 현지교육을 통해 바로 암벽을 오를 수 있게 접근성을 강화한 모험레포츠로 초등학교 3학년부터 70대 후반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두루 이용할 수 있다. 멋진 앵글 생각에 까짓거 매바위 정상에서 쏟아지는 인공폭포의 시원한 물줄기와 어울려 보기에도 시원한 코스처럼 보였다. 위에서 사진을 찍으면 시원한 앵글이 멋지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필사적으로 발판(스탬플)에 매달렸다. 대부분의 참가자에게 첫 경험이었을 암벽등반은 그렇게 시작됐다. 30분 교육을 받고 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던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처음엔 그냥 쇠로 만든 사다리를 밟고 올라가는 것처럼 보였다. 성큼성큼 올라가다가 잠깐 아래를 봤더니 어느새 땅이 저만큼 멀어져 있었다. 표준렌즈만 들이대도 광각렌즈처럼 찍힐 정도로 시야가 넓었다. 아찔했다. 곧바로 고민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 “배가 아프다는 식의 적당한 핑계를 대고 그냥 내려간다고 할까….” 바로 밑을 따라오던 참가자 이호성(45)씨와 눈이 마주쳤다. 왜 빨리 올라가지 않는지 궁금해하는 것 같다.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했다. 아무렇지도 않은 척 웃어보이려고 했으나 웃음도 잘 나오질 않는다. 되돌아가긴 틀렸다. 그냥 올라갈 수밖에. 머리와는 달리 몸이 영… 교육받을 때 강사들이 “팔에 힘을 주면 쉬 기운이 빠지니 다리로 버텨라”라고 했던 말을 잊어버리진 않았지만 몸이 따라주질 않았다. 허리에 달린 두 개의 캐러비너가 바위에 설치한 케이블과 나를 연결해준다. 최대 2t의 무게까지 지탱한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쇠줄이나 발판에서 손을 뗄 수가 없다. 어느 정도 올라가면 렌즈를 갈아끼면서 사진을 찍을 요량으로 교환할 렌즈까지 몽땅 등에 매달고 있었지만 렌즈 교환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가 없었다. “렌즈 하나만 들고 올라올 것을….” 중간쯤에 이르자 발판이 아닌 평평한 바위에 올라설 공간이 있었다. 물론 그렇 다고 해서 두 손을 모두 놓진 못했다. 그래도 낙오 없이 하나하나 바로 아래에서 계속 나를 압박하면서 쫓아오고 있는 이호성씨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파인더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연사로 눌렀다. “프레임 구성은 무슨….” 그래도 서너 장 누르면서 조금 여유가 생겼고 이씨에게 포즈를 취해줄 것을 요구했다. 그도 얼굴이 굳어 있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억지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지만 여전히 빨리 올라가라는 눈치다. 헉! 어떻게 마무리를 했는지 자세한 기억도 없이 결국은 참가자 전원이 차례대로 정상에 올랐다. ‘도전 골든벨’에 나오는 것 같은 종이 달려 있었고 등반 성공을 자축하는 사람들이 종을 울린다. 교육을 받을 땐 안전하다는 말을 철석같이 믿었지만 등반 과정에선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정상에 오르자 “과연 안전하긴 했다”는 말이 입에서 나온다. 손발 오그라들거나 발그레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땀을 식힌 참가자들은 정상에서만 찍을 수 있는 미니어처같은 아래쪽 풍경을 찍은 뒤 하산을 서둘렀다. 절벽에서 완전히 내려온 뒤에 든 생각이지만 인제포토워크숍의 첫 코스는 상쾌했다. 등반하는 사람들을 기록하기 위해 아래를 지켰던 몇몇 참가자들도 상쾌한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오후 일정은 백담사 산행. 하루 전까지 쏟아졌던 폭우 탓으로 도로가 끊어져 마을버스가 중간까지만 가기 때문에 참가자 전원은 두 시간가량 청정 숲의 공기를 마시며 다리품을 팔았다. 엄청나게 불어난 계곡은 ‘콸콸’ 입체음향을 들려주었고 오른쪽의 바위엔 빗물이 ‘뚝뚝’ 나뭇잎을 흔들고 있었다. 이곳저곳에서 자연을 담는 셔터소리가 들려왔다. 밤늦은 시각에 숙소인 만해마을에서 사진리뷰가 시작됐다. 저마다 열정을 담아서 찍은 사진이겠지만 막상 사진 속에선 열정이 보이지 않는다는 강사의 지적에 손발이 오그라들었다는 참가자, 예상치 않게 칭찬을 들어서 한껏 고무된 참가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본인의 사진과 강사의 리뷰가 마음에 들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었지만 3시간 가량 이어진 리뷰시간의 열기만큼은 모든 참가자들이 함께 나눈 밤이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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