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앞에서 100여명 노벨문학상 기대와 설렘
페루 소설가로 결정되자 “아~” 아쉬운 탄성
페루 소설가로 결정되자 “아~” 아쉬운 탄성
호젓한 시골 마을이라 더욱 어둑했던 7일 오후 8시. 누군가 켜놓은 디엠비(DMB) 단말기에서 흘러나오는 방송에 귀기울이고 있던 100여명의 취재진들과 10여명의 마을 주민들의 입에서 일제히 “아” 하는 아쉬운 탄성이 흘러나왔다.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한국의 시인 고은이 아니라, 페루의 소설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로 결정됐다는 보도였다.
이날 경기도 안성시 공도읍 마정리 대림동산에 있는 고은 시인의 집 앞에는 오후 5시께부터 취재진들이 몰려들었다. 5년째 내리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어 왔기에 해마다 벌어지는 풍경이었지만, 올해는 미국 <에이피(AP) 통신>이 고은 시인과 시리아의 시인 아도니스를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기에 분위기도 예전과 사뭇 달랐다. 수상자 발표 직전까지 마을사람들은 하나같이 기대와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주민인 고광남(57)씨는 “지난해 수상하지 못한 게 참 마음이 아팠다. 올해에는 정말 기대가 된다”며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시 공부를 한다는 안성 금산동 황윤희(35)씨는 “오늘 수상하신다면 선생님께 드리고 싶다”며 이날 꽃다발 한아름을 품에 안고 고 시인의 집 앞을 찾았다. 마을 주민들은 “고 시인은 그 동안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으셨지만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 것 같다”며 “올해에는 꼭 수상하셨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수상자 발표 시간이 다가오면서 고 시인의 집 앞에 자리잡은 취재진은 더욱 장사진을 이뤘다. 그러나 대문 밖에서 보이는 고 시인 집의 창문은 계속 굳게 닫혀 있었으며, 안에서는 어떠한 불빛도 새어나오지 않았다. 고 시인이 집에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도 마을 주민들과 취재진들의 의견이 분분히 엇갈렸다.
오후 8시 수상자 발표가 난 뒤 사람들은 모두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황윤희씨는 “선생님은 문학과 통일·민족운동에서 큰 의미를 가지신 분이다. 언젠가 성취하실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따로 위로의 말이 필요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나온 마을 주민 박혜선(57)씨는 “수상하시는 모습을 보려고 나왔는데,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다”며 “내년에는 되실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고 시인의 집 앞에는 국내 취재진 뿐 아니라 외신 기자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도 남북관계에 중요한 구실을 한 고은 시인에 대해 많이 알려져 있다”고 말한 일본 <요미우리신문> 서울 특파원 나카가와 다카시 기자는 “(수상하지 못해) 아쉽다”며 “내년에도 여기서 만나자”고 말했다.
최원형 이승준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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