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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자극적인 것보다 ‘왜, 뭘’ 찍는지 고민”

등록 2010-10-14 10:58

[하니스페셜] 사진마을 /

[생활사진가 고수]

이지훈 씨, 얘기 거리 보이면 찰칵 사진에 문학 이론 접목

이지훈(43·교수)씨는 2003년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길거리에서 큰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땐 힐끗 흉을 보고 다니는 입장이었습니다. 2003년 당시 5살이었던 쌍둥이 아들을 찍어주기 위해 조금 큰 사진기를 샀습니다.

구경삼아 재래시장에 들렀다가 정말 우연히 뻥튀기 장사의 사진을 찍어서 어떤 신문 공모전에 보냈는데 덜컥 최우수상에 뽑혔습니다. 스스로 “소질이 있는 건가?” 싶었답니다.

▶덜컥 당선돼 ‘소질 있나?’


그러다 보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나의 가장 유력한 모델들인 쌍둥이는 아빠가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을 상식처럼 생각합니다. 처음엔 어디선가 제비꽃을 발견해서 거의 뒹굴다시피 몸을 낮춰 찍으면서흥분했습니다. “이렇게 예쁜 꽃이 있었구나!!”

 그 며칠 뒤에 학교 교정에서 야외수업을 했는데 학생들 주변에 제비꽃이 지천으로 널려있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아! 늘 주변에 있었는데 그동안 못보고 있었구나.”

 이 교수는 그날부터 새로운 세상과 마주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세상과 사물을 대하는데 깊이가 생겼다고 합니다.

▶취미와 직업, 엄격히 구분

-작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는가요?

=전혀 없습니다. 취미와 직업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필요에 의해, 그리고 목적이 맞다면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 순 있을 것입니다.

-자신이 잘 찍는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대목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제 사진이 그렇게 불만스럽진 않는 편입니다만 사진이란 것에 조금 깊이 빠져들다 보니 어느 순간 지루해지기도 하고 고민이 생기곤 합니다.

-주로 어디서 뭘 어떻게 찍습니까?

=가장 즐겨 찍는 곳은 집안이며 대상은 식구들입니다. 바깥으로 나가더라도 일상 속에서 순간적으로 이야기 거리가 떠오를 때 찍습니다. 학생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같은 것을 찾습니다. 물론 찍어놓고 난 다음에 그 사진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보다가 이야기 거리를 발견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멀리 다니려고 하지 않습니다. 여행을 가긴 합니다만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가족여행을 갈 때도 사진을 찍으러 가는 것은 아닙니다. 여행 중에서 사진기의 렌즈 너머로 뭔가를 발견할 뿐입니다.

▶책보다 경험 쌓아 익혀

-사진을 어떻게 배웠는지?

=책을 보고 공부한 적이 없습니다. 사진기는 매뉴얼을 보고 익혔고 나머지는 찍으면서 경험을 쌓아나가다가 익혔습니다. 사진집을 보긴 했습니다. 윤미네집, 김기찬씨의 골목풍경 등을 보다가 영감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막 사진을 시작한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비싼 사진기를 들고 자극적인 사진을 찍으러 다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극적이란 것은 순간적이며 생명력이 짧은 사진을 말합니다.

 그런 사진에선 고민을 느낄 수가 없지 않겠습니까? 왜 찍는지, 뭘 찍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결과물인 사진에 의미가 생길 것입니다.

이지훈 씨
이지훈 씨

▶다른 생각 할 줄 알아야

-하는 일과 사진에 연결성이 있다면?

=봄학기에 ‘문학과 사진의 이해’라는 과목을 가르칩니다. 제목에 혹해서 사진 찍는 학생들이 많이 들으러 옵니다. 저는 사진에 문학이론을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 수업 때 사진과 관련된 사례를 많이 들어 보여줍니다.

사진을 감상하는 것과 문학을 감상하는 것에 공통점이 많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학생들 중에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획일적인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장노출(셔터속도를 길게 줘서 찍는 사진) 사진을 보여주면서 뭐가 떠오르는지를 물어보면 대다수의 학생들이 ‘바람’을 이야기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만 ‘바람’이 아닌 ‘시간’을 떠올리는 학생도 있어야 하는데 그렇질못합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 중에는 배우자들이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떻습니까?

=처음엔 (상품으로) 생기는 것이 많아서 좋아했습니다.(웃음) 제가 바깥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 잘 이해를 해줍니다. 최근에 장비를 대규모로 교체할 땐 조금 공기가 안 좋았습니다만. 휴일에도 사진을 주목적으로 다니는 일이 잦지 않으니 별 문제 없이 넘어갑니다.

이지훈씨는 포털사이트 네이버포토갤러리에서 황금사과라는 아이디로 활동하시는 분입니다. 그분의 갤러리에 가면 글로는 옮기지 못하는 따뜻한 사진들이 많이 있습니다. 방문해보시길 권합니다.

http://photo.naver.com/user/ecrits67

곽윤섭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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