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리는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가 8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주최한 강연회에서 강연을 펼치고 있다. 갈퉁 교수는 올해의 ‘DMZ평화상’을 수상하기 위해 최근 방한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DMZ평화상’ 수상한 요한 갈퉁
방법 알면서도 안하는게 문제
“관계정상화-비핵화 맞바꿔야”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려
남북한 오가며 실천방안 제시 연평도 포격 등으로 급속도로 냉각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평화학의 창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의 ‘디엠제트(DMZ)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 중인 평화학자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는 8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연 강연회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 및 세계 체제의 변화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노르웨이 출신인 갈퉁 교수는 29살 때 오슬로에 세계평화연구소를 세운 뒤, 평화학에 대해 60여권의 저술을 쏟아내는 등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수십차례 남북을 오가며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시했고, 이런 공헌으로 DMZ평화상을 수상했다. 갈퉁 교수는 “연평도 포격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사건이었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추진됐던 남북 협력을 재개하고 북-미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법으로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비핵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햇볕정책 등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찾아 협력했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대화로선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식의 강경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현재 긴장이 크게 고조되어 있고 잘못된 점들도 있는데, 더욱 악화되지 않길 바란다”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은 그동안 너무 많이 되풀이해 말해왔다”는 갈퉁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체제의 흐름 등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요구했다. 그는 “전지구화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가는 쇠락하고 민족이 부상하는 것이 현재 세계체제의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앞으로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했던 자본주의 시스템 대신 중국식 시장사회주의(capi-communism)가 크게 퍼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넘어 지역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후퇴하는 대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이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지역에서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동아시아 지역을 기존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아세안(ASEAN)의 뒤를 이어 앞으로 부상할 지역으로 꼽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남북한,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의 국가가 유교와 불교를 기반으로 삼아 연합 체제를 갖추리라고 봤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앞으로 ‘달러 거품’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갈퉁 교수는, “서구세계 따라가기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로 인해 날로 커져가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적인 방안으로, 앞으론 중국식 시장사회주의가 득세하리라고 본 것이다. 특히 그는 최근 위키리크스 파문과 관련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희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갈퉁 교수는 이런 흐름을 설명한 뒤 “북한은 중국식 시장사회주의를 받아들여야 하고 남한은 미국과의 관계에 매달려 실리를 잃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심이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한 접근을 꾀하는 반면, 남한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만 앞세우며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관계정상화-비핵화 맞바꿔야”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려
남북한 오가며 실천방안 제시 연평도 포격 등으로 급속도로 냉각된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묻는 질문에, ‘평화학의 창시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될 수 있는 방법이 뭔지 몰라서 문제가 아니라 알면서도 이행하지 않는 현실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올해의 ‘디엠제트(DMZ)평화상’ 수상을 위해 방한 중인 평화학자 요한 갈퉁 유럽평화대학 교수는 8일 이화여대 통일학연구원이 연 강연회에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방안 및 세계 체제의 변화에 대해 강연을 펼쳤다. 노르웨이 출신인 갈퉁 교수는 29살 때 오슬로에 세계평화연구소를 세운 뒤, 평화학에 대해 60여권의 저술을 쏟아내는 등 현대 평화학의 창시자로 불린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갖고 수십차례 남북을 오가며 평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들을 제시했고, 이런 공헌으로 DMZ평화상을 수상했다. 갈퉁 교수는 “연평도 포격은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사건이었다”며 “한반도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방법은 그동안 추진됐던 남북 협력을 재개하고 북-미 사이의 대화를 재개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접근법으로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와 비핵화를 동시에 교환하는 방법”을 조언했다. 햇볕정책 등 남북이 공동의 이익을 찾아 협력했던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불거져나오고 있는 ‘대화로선 평화를 얻을 수 없다’는 식의 강경논리를 정면으로 비판한 셈이다. 그는 “현재 긴장이 크게 고조되어 있고 잘못된 점들도 있는데, 더욱 악화되지 않길 바란다”며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평화는 찾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해법은 그동안 너무 많이 되풀이해 말해왔다”는 갈퉁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세계체제의 흐름 등 좀더 근본적인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길 요구했다. 그는 “전지구화와 지역주의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국가는 쇠락하고 민족이 부상하는 것이 현재 세계체제의 흐름”이라고 진단하고, “앞으로 미국 제국주의가 주도했던 자본주의 시스템 대신 중국식 시장사회주의(capi-communism)가 크게 퍼져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무엇보다도 국경을 넘어 지역 수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협력에 초점을 맞췄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후퇴하는 대신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 있는 국가들이 점차 나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이들은 지역에서 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이슬람, 동아시아 지역을 기존 유럽연합(EU), 아프리카연합(AU),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 아세안(ASEAN)의 뒤를 이어 앞으로 부상할 지역으로 꼽았다. 동아시아 지역에서는 일본, 남북한, 중국과 대만, 베트남 등의 국가가 유교와 불교를 기반으로 삼아 연합 체제를 갖추리라고 봤다.
2008년 금융위기에 이어 앞으로 ‘달러 거품’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 갈퉁 교수는, “서구세계 따라가기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미국식 자본주의의 실패로 인해 날로 커져가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체적인 방안으로, 앞으론 중국식 시장사회주의가 득세하리라고 본 것이다. 특히 그는 최근 위키리크스 파문과 관련해, “자국의 이익을 위해 다른 나라를 희생시키는 것이 얼마나 시대에 역행하고 있는지 보여준 단적인 사례”라고 평가했다. 갈퉁 교수는 이런 흐름을 설명한 뒤 “북한은 중국식 시장사회주의를 받아들여야 하고 남한은 미국과의 관계에 매달려 실리를 잃어선 안 된다”고 충고했다. 특히 “한반도 평화 정착에 관심이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굉장히 복잡하고 정교한 접근을 꾀하는 반면, 남한은 거칠고 정제되지 않은 생각들만 앞세우며 다른 나라에 의지하고 있다”며 비판을 제기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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