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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23㎝ 작아 보이려던 고민 이젠 안해요”

등록 2011-04-18 19:34수정 2011-04-18 21:46

뮤지컬 배우 최정원
뮤지컬 배우 최정원
피아프 147㎝ 나는 170㎝ 큰 키차이
2009년엔 작게 보이려고 스트레스
지금은 닮음 집중해가며 그의 삶 연기
연극 ‘피아프’ 주인공 배우 최정원

허스키하고 울림이 깊은 목소리. 그는 껄껄 소리내 웃으며 함께 일한 스태프를 흉내냈다. 힘들었던 기억을 이야기하다가도 언제나 끝말은 “하지만 그것마저 힘이 됐어요”다.

뮤지컬 배우 최정원(42·사진)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어떤 슬픔에 빠진 사람도 그가 전하는 긍정의 기운에 전염될 것만 같다. 1989년 <아가씨와 건달들>로 데뷔한 지 22년, 배우에게 나이는 짐이 될 법도 하지만, 매일 아침 눈뜰 때마다 나이 듦에 감사한다는 최씨다. 그가 배우로서 살아온 지난날들과 앞으로 만들 시간은 ‘아무것도 후회하지 않는’(Non Je Ne Regrette Rien) ‘장밋빛 인생’(La Vie en Rose)일 테다.

최씨는 오는 30일부터 6월5일까지 서울 충무아트홀에서 공연되는 연극 <피아프>에서 전설적인 샹송 가수 에디트 피아프 역을 연기한다. 그는 2009년 국내 초연 때도 피아프를 연기했다.

“2년 전에는 이 여자(피아프)가 불쌍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달라요. 세상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고 멋지게 살았던 사람이구나, 그 삶에 어떤 타당성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에디트 피아프는 그가 출연한 27개 작품의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한 실존 인물이다. 2009년 피아프를 처음 연기할 때 최씨는 피아프와 관련한 모든 책을 읽고 영화를 챙겨봤다. 상상력만으로 실제 인물을 연기하는 게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만반의 준비를 했지만, 147㎝의 `작은 참새’(피아프)가 되기엔 너무 큰, 170㎝라는 자신의 키 탓에 고민했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더 작아질 수 있을까만 궁리했어요. 하도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실제로 살도 많이 빠졌고요.”

돌아온 피아프 최정원은 더 이상 키 문제로 고민하지 않는다. 초연을 본 지인들이 ‘무대 위 최정원이 너무나 작아 보이더라’는 감상을 전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저 작고 한없이 처량한 <피아프>만이 관객을 사로잡는 게 아니라 누구보다 무대를 사랑하고 열정적으로 노래하는 <피아프> 역시 감동적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이해한 것이다.

이는 최정원 자신의 모습이기도 하다. ‘다름’에 스트레스 받기보다는, 닮음에 집중하며 그 삶을 연민없이 인정하기. 최씨 자신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피아프>를 감상하는 하나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배우는 무대에서 ‘그 사람’이 된다. 좋은 연기가 되기 위해선 배역에 몰입하는 게 관건이다. 최씨는 지난해 5월부터 이달 6일까지 전국 17개 도시에서 <맘마미아>를 224번 공연했다.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맘마미아>의 주인공 도나로 살아오다가 쉴 틈없이 바로 <피아프>에 몰입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도나를 연기한다고 해서 실제 삶에서도 그 사람이 될 수는 없죠. 저는 그냥 한 여자 최정원이라는 사실이 먼저고, 재빨리 변신해야 하는 배우죠.”

최씨는 배역과 자신을 분리하고, 거리를 두는 일이 오래도록 배우로 남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그는 공연할 때마다 ‘오늘 갑자기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만큼 오늘이 소중하기에 열심히 연습하고, 무대에서 집중을 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말을 전한다. 가장 비극적인 상상이 역설적으로 삶의 긍정적인 동력이 된다. 배우 최정원에게 늘 붙는 ‘한국 뮤지컬 1세대’라는 수식과 최고라는 찬사보다 의외의 상상력이 그를 훌륭한 배우로 남게 하는 비결이었다.

글 박보미 기자 bomi@hani.co.kr

사진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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