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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보수 학자들 ‘자유민주주의’ 맞짱토론

등록 2011-10-28 20:29수정 2011-10-28 22:53

박명림 “독립·건국운동 포괄 못해”
김용직 “가장 보편적인 민주주의”
“이승만, 박정희 정부가 권위주의로 자유민주주의를 변질시켰던 것은 분명히 잘못한 것입니다. 그러나 인민민주주의로부터 체제를 지키고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불가피했던 측면도 있습니다.”(김용직 성신여대 교수)

“임시정부 헌장과 건국헌법 등을 봐도 실제 내용은 사회민주주의이지 자유민주주의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 주장하시는 자유민주주의의 내용은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의회민주주의’입니다.”(박명림 연세대 교수)

역사 교과서 개정 문제와 맞불려 불붙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해 진보와 보수 양쪽 진영의 학자들이 나서서 ‘맞짱토론’을 벌였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와 한국현대사학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8일 서울 4·19혁명기념도서관에서 연 ‘한국의 자유민주주의 이론, 헌법, 역사’ 공동토론회에서는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 용어를 자유민주주의로 고쳐야 한다는 학자들과, 민주주의를 그대로 써야 한다는 학자들이 치열한 토론을 벌였다. 현재 논란을 낳고 있는 ‘2009 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중학교 <역사> 집필기준안의 내용은 26일 역사교육과정개발추진위원회가 최종 검토했는데 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때문에 10월 말 교육과학기술부의 집필기준 최종 결정을 앞두고 펼쳐진 이날 토론회에서는 민주주의-자유민주주의 논란과 관련 쟁점들이 더욱 첨예하게 두드러졌다.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자유민주주의 개념의 현실을 반영하듯 이날 양쪽의 주장은 시종일관 팽팽히 맞설 뿐 쉽사리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승만·박정희의 독재체제는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다’ 정도에만 동의하는 수준이었다.

김용직 교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라며 “우리나라에서는 건국 뒤 ‘관이 주도하는’ 자유민주주의와 민간에서 운동으로 표출했던 자유민주주의 등 두 갈래 흐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관 주도 자유민주주의가 자유민주주의의 기틀을 만들었으나, 인민민주주의로부터 체제를 지키고 산업화를 이루기 위해 권위주의로 흘렀던 것이란 논리를 폈다.

이에 대해 박명림 교수는 임시정부 헌장, 건국헌법 등의 실제 내용이 ‘민주공화국’의 원칙과 계획경제를 기틀로 한 사회경제 체제 등을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와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를 고집하면 실제로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지 않았던 독립운동과 건국운동 대부분을 포괄하지 못할 뿐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를 탄압했던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체제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유민주주의가 사회민주주의를 포괄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시장경제를 수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와 완전히 다르다”고 비판했다.

권희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헌법에 자본주의란 말이 없어도 자본주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가 만들어온 체제의 분명한 성격은 자유민주주의 체제”라며, “(박명림 교수가 말한) 의회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술적인 권력구조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태욱 인하대 교수는 “민주주의 앞에 ‘자유’를 덧붙이는 데에는 민주주의를 억제하려는 지배의 맥락이 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독재정권이 의도하지 않게 대한민국의 발전에 기여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독재정권’ 기술에 완화된 설명이 붙어야 한다는 주장은 ‘독재정권을 자유민주주의의 수호자로 둔갑시켜선 안 된다’는 주장에 부딪혔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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