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리영희 선생
내가 기억하는 리영희
김선주·최만원씨 등 사연 나눠
김선주·최만원씨 등 사연 나눠
이날 ‘내가 기억하는 리영희’ 순서에는 리영희 선생과 인연을 맺었던 다양한 사람들이 나와 ‘나만의 리영희’를 소개했다.
2005년 재수생 시절 헌책방에서 리 선생의 <대화>를 읽고 선생의 팬카페에 가입해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는 김민수(26·중앙대 4)씨는 2006년 선생으로부터 발표문 정리를 도와달라는 제안을 받은 경험을 말했다. 그는 “노트북으로 선생님의 말씀을 받아적느라 바짝 긴장하고 있었는데, 낮잠 시간도 주시고 담배도 피우고 오라고 하셨다”며 “몹시 인간적인 모습에 놀랐다”고 말했다.
리 선생의 책을 읽고 중국 사회주의를 공부하기 위해 1991년 중국 유학을 갔던 최만원 조선대 강사는 책 내용과 직접 본 중국의 현실이 너무 달라 답답한 마음에 리 선생에게 다짜고짜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는 “선생이 기대하지도 않은 답장을 보내 오셨는데, ‘나는 너에게 중국으로 유학 가라고 한 적 없다. 내 시점으로 중국 사회주의를 분석했을 뿐이다. 최군도 자신만의 시각으로 중국을 공부하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리 선생이 생전에 존경했던 중국 문학가 루쉰의 고향 등에 두 차례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는 최씨는 “안내를 해드린 대가로 선생은 ‘사회과학 하는 사람이 ‘같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쓰면 안 된다’는 꾸지람을 주셨다”며 “이 말씀이 학자로서 당당하고 치열하게 사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김선주 전 <한겨레> 논설주간이 말한 리영희 선생의 이야기는 이날 모인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전해줬다. 김씨는 리영희 선생을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심을 지킨 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조선일보>에서 해직된 뒤 책 외판원을 하면서 무거운 책 전집을 양손에 들고 시청 앞 지하보도를 걸었던 리영희의 모습,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집회 참석차 언론회관에 와서 국회의원·장관이 된 후배들이 자가용을 타고 돌아갈 때 아픈 몸을 이끌고 홀로 지팡이를 짚으며 걸었던 리영희의 모습을 소개했다. “그 뒷모습에서 그의 자존심을 느꼈다”는 그는 “개인으로서의 자존심, 언론인으로서의 자존심, 민족으로서의 자존심 등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시대지만 어느 시대에나 선생처럼 자존심 있는 인간들은 항상 태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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