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100회를 맞는 주간웹진 <위클리 수유너머> 편집진이 지난주 서울 삼선동 수유너머 아르에 마련된 공간에서 편집회의를 열고 있다. 미국에 머물고 있는 편집진 고병권씨는 컴퓨터를 통한 화상회의로 편집회의에 참여한다. 수유너머 제공
100회 맞은 웹진 ‘위클리 수유너머’
공부모임 소식지로 첫발
사회활동가 등 ‘무료 필진’
‘용산 며느리’ 소식 전하고
월가점령 생생한 현지 보도
공부모임 소식지로 첫발
사회활동가 등 ‘무료 필진’
‘용산 며느리’ 소식 전하고
월가점령 생생한 현지 보도
공부하는 공동체 ‘수유너머’를 대표하는 문화는 ‘밥 짓기’다. 너나 할 것 없이 돌아가면서 밥을 짓고 함께 밥을 먹는다. 수유너머 남산, 수유너머 엔(N), 수유너머 아르(R) 등 다양한 공간으로 나뉘고 중점을 두는 공부와 활동의 성격도 조금씩 달라졌지만, 이 밥 짓기 문화만큼은 어딜 가도 변하지 않는다.
지난 12일 점심께 서울 삼선동 수유너머 아르에서 만난 박정수씨는 점심 당번으로 밥을 짓던 중이었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홍보포스터에 쥐를 그려넣은, 이른바 ‘쥐벽서’ 사건의 주인공인 그는 밥 짓기 문화와 함께 수유너머를 대표하는 존재로 ‘위클리 수유너머’(suyunomo.net)를 꼽았다. 2010년 2월께 시작해 1주일에 한번씩 발행되는 온라인 주간웹진이다. 17일 발간 100회를 맞으며, 2월이면 두 살이 된다. 박씨는 고병권, 기화, 은유, 윤여일, 김현식씨 등과 함께 현재 웹진 편집진으로 일하고 있다.
“처음엔 여러 수유너머들을 잇는 소식지 정도로 기획됐어요. 그러다 ‘차라리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싣자’고 의견이 모아져 지금 같은 성격의 웹진이 됐죠.”
‘100회까지만이라도 만들자’고 시작했는데, 어느덧 100회를 바라보게 된 데는 수유너머에서 공부해온 많은 이들과, 다양한 사회운동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참여가 큰 도움이 됐다. 이를테면, 웹진 초창기 박정수씨는 정신분석학적 관점으로 육아일기를 연재해, ‘독특하고 재밌다’는 반응을 얻었다. 어쩌다 인연이 닿은 배문희 <라디오21> 기자는 갈고닦은 그림 실력으로 만평을 제공했다. 무료라도 글을 쓰겠다는 수유너머 안팎의 ‘필진’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다양하고 안정된 콘텐츠를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것.
그래도 위클리 수유너머를 대변하는 핵심 콘텐츠인 ‘동시대반시대’는 편집진이 매주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야 만들 수 있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우리 시대의 현실(동시대)과 이를 뛰어넘기 위한 고민(반시대)이 함께 담긴 소식들을 전해주는 코너다. 주류 매체 보도가 주로 다수와 상식, 평균을 척도로 삼고 있기에, 오히려 이에 맞서는 소수자, 약자의 상상력 등 ‘반시대’에 주력한다. 삼성반도체 백혈병 피해대책 모임 ‘반올림’에서 활동해온 산업보건의 공유정옥씨 인터뷰, 용산 참사 때 시아버지를 잃고 남편을 감옥으로 떠나보냈던 ‘용산 며느리’ 정영신씨 인터뷰, 미국 월가 점거농성 현장을 누비며 생생한 소식들을 보내온 고병권씨의 ‘뉴욕통신’ 등이 그런 콘텐츠다.
자기 정체성이 뚜렷한 콘텐츠 덕분에 독자들도 조금씩 늘어간다. 현재 웹진을 찾는 사람은 하루 평균 500여명. 포털 서비스에 내걸리진 않아도, 소셜미디어(SNS) 등에 간혹 언급되기도 한다고. 박씨는 “‘밥 짓기’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반영해, 여러 단체 활동가들의 밥상을 집중조명했던 ‘밥상’ 기획이 특히 많이 읽혔다”고 한다.
박씨는 위클리 수유너머의 정신을 “이념의 르포르타주”라고 했다. “공부라면 사색과 성찰을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 이념은 구체적인 사회현상 속에서 나온다”고 한다. 위클리 수유너머는 여기에 충실했기에 100회까지 꾸준히 이어져올 수 있었다고 그는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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