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석 교수
`비판사회학회’ 정태석 교수
8년만에 `사회학…’ 출간예정
교재 같은 거시적 담론 탈피
구체적 삶과 연결지어 설명
“대중과의 접촉 더 노력할것”
8년만에 `사회학…’ 출간예정
교재 같은 거시적 담론 탈피
구체적 삶과 연결지어 설명
“대중과의 접촉 더 노력할것”
사회학이 주도하던 시절이 있었다. 대학가에는 늘 사회과학 전문서점이 있었고 학생들은 사회학 강의에 몰렸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사회학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급격히 사그러들었고 ‘사회학의 위기’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사회학 학술서들은 꾸준히 출간되고 있지만, 역사나 철학과 같은 인문학 분야에서처럼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사회학 책은 만나보기 어렵다. 출판계에서는 ‘사회학 분야에서는 대중적 필자를 찾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비판사회학회는 이달말께 <사회학-비판적 사회읽기>(한울 펴냄)라는 제목의 사회학 개론서를 펴낼 예정이다. 비판사회학회는 한국산업사회학회였던 시절부터 <새로운 사회학 강의>(1990년), <사회학>(1998년), <사회학(전면개정판>(2004) 등 학생과 일반 대중을 위한 진보적 관점의 사회학 개론서를 꾸준히 펴냈던 바 있다. 8년만에 다시 내는 사회학 개론서에는, 달라진 사회학의 위상에 대한 고민이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을까?
16일 만난 정태석 전북대 교수(사진·일반사회교육)는 “기존 사회학 개론서는 주로 대학의 강의 교재나 고시용 교재 등으로 쓰였을 뿐”이라며 “이번에 내는 개론서는 여기에서 탈피해 최대한 ‘대중적 교양서’의 성격을 드러내고자 했다”고 말했다. 일반 대중들이 ‘재밌다’며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들고자 노력했다는 것. 이번 개론서 집필을 주도한 그는 2004년에 나온 개론서 집필에도 참여했던 바 있다.
사회학의 위상 변화에 대한 정 교수의 인식은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내용들이다. 비민주적이고 억압적인 사회 속에서 사회학은 거시적 관점에서 사회를 파악하고 판단하게 하는 등 ‘해방적 전망을 보여주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민주화 뒤 물질적 욕구와 경제적 이해관계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사회를 보는 거시적 관점에 대한 관심은 약화됐다. 대신 모든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환하는 ‘개인주의적 전략’이 횡행했고, 이런 파편화·부분화 경향은 신자유주의의 확산에 힘입어 더욱 강해졌다. 정 교수는 “이에 따라 사회를 하나의 단위로 보는 거시적 관점을 중요시했던 사회학계에서도, 일상생활이나 문화, 통계조사, 미시적 분석 등에 더 쏠리는 경향이 나타났다”고 말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신자유주의의 적극적 계승자인 이명박 정부 시대에 이르자 대중들은 ‘내가 죽도록 노력한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은 아니구나’라며 개인주의적 전략의 한계를 느끼게 됐다는 것. 정 교수는 “부동산 신화의 붕괴, 청년실업과 소득하락, 비정규직 급증 등의 현실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 우리 사회를 하나의 단위로 보고 그 작동 원리를 알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됐다”고 말한다. 곧 자신의 구체적 삶을 사회라는 큰 그림 속에서 파악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다시 일어나고 있다는 것. 최근 청년세대인 대학생들이 부전공으로 사회학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지거나, 교양 강좌로나마 사회학에 대한 관심을 표출하는 것이 그 근거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사회학은 이들의 욕구에 제대로 부응할 수 있는가? 정 교수는 “기존의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담론만을 반복하는 사회학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사회학은 기본적으로 개념과 이론, 인식 등 사회학적 지식 체계를 기본적인 바탕으로 삼아야 하는 딱딱한 학문이긴 하지만, 그것을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과 연결지어 설명하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이는 기존의 추상적이고 거시적인 접근방식에서 탈피해 대중들과 더 가까이 호흡하는 ‘혁신’을 이루지 못한 데 대한 자기 반성이기도 하다.
때문에 정 교수와 필진들은 이번 개론서가 기존처럼 강의용, 고시용 교재로만 쓰이지 않도록, 현실 세계에 대한 풍부한 설명을 사회학적 지식 체계와 연결지으려 노력했다고 한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사회학에 대한 기초적인 설명을 하는 1장 내용을 보면, ‘축구’를 소재로 삼아 그 속에서 찾아낼 수 있는 다양한 사회학적 관점들을 망라해 소개하는 대목을 접할 수 있다. 또 사회연결망 서비스 등 8년 사이에 변화한 사회현실 등도 반영했다.
정 교수는 “솔직히 다른 학문 분야처럼 사회학계에서도 ‘대중적 글쓰기’가 활성화될 수 있는지 장담하긴 어렵다”면서도 “앞으로 혁신을 바라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대중과의 접촉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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