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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유신독재는 ‘친미반공’ 부문 세계유산감”

등록 2012-10-22 19:54수정 2012-10-22 22:47

서승씨
서승씨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 증언 나선 서승 교수
71년 유학 와 동생과 간첩누명 써
박정희, 장기집권 위해 동포 ‘악용’
“피해자 160여명 일괄구제 입법을”
1971년 4월20일,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육군 보안사령부는 “북괴의 지령을 받고 정부 전복을 획책한 간첩단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서울대 대학원에서 유학중이던 재일동포 서승(사진)씨와 그의 동생 준식씨가 주모자로 몰렸다. 불법납치와 고문·조작을 통해 재일동포들에게 간첩의 올가미를 씌워, 박정희 정권에 불리할 때마다 터트렸던 이른바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다.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은 분단과 유신체제가 낳은 거대한 국가폭력 가운데 일부입니다. 공권력이 힘없는 재일동포 젊은이들을 이용했다는 점에서 특히 참담한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가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연 ‘유신체제와 재일동포유학생 간첩단 사건의 진실과 의미’ 학술행사에 발표자로 참여한 서승 일본 리쓰메이칸대 특임교수는 이 사건의 의미를 이렇게 진단했다.

당시 잡혀간 서 교수는 모진 고문을 견디다 못해 분신을 시도했고, 온몸에 중화상을 입은 채 가까스로 살아났다. 입원치료중이었던 그는 72년 10월 ‘유신체제’가 선포되자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됐고, 곧바로 재판이 진행됐다. 그는 “내 사건에 대한 재판 일정은 애초에 유신과 연결되어 있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 형제를 시작으로 70~80년대 내내 여러 수사기관들은 경쟁하듯 수많은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을 만들어 냈다. 국방부 과거사위 보고서를 보면 70~80년대 간첩사건은 모두 966건에 이르는데, 그 가운데 재일동포 및 일본 관련 사건이 319건이나 된다.

국민의 정부 이후 여러 과거사위원회의 활동에 근거해 재심 청구가 시작되면서, 재일동포 간첩단 사건들도 조금씩 진실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재심으로 7명이 무죄 확정을 받았고, 8명이 재심 재판중이다. 또 2010년에는 ‘한민통’ 사건으로 간첩으로 몰렸던 김정사씨의 주도로 ‘재일한국인 양심수의 재심 무죄와 원상회복을 쟁취하는 모임’도 꾸려졌다. 그러나 전체 160여명 정도로 추정되는 피해자 가운데 연락이 닿는 사람이 40여명에 불과하고 그 가운데 재심을 거부하는 사람도 있어, 개별적인 재심 자체가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서 교수는 “피해자 전부를 한꺼번에 구제할 수 있는 입법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진보적인 젊은 학자들마저 ‘박정희가 왜 대중으로부터 지지를 받았을까’를 연구할 정도로 한국 사회에는 군사독재에 대한 실감이 없습니다. 유신체제는 ‘친미반공 독재국가’의 절정으로, (부정적인 차원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 점을 확실히 기억해야 합니다.”

그는 특히 “국가보안법이나 보안관찰법 같이 아직 그 효력을 발휘하고 있는 ‘악법’들을 하루 빨리 폐지해 민주주의다운 민주주의를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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