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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 “5살때 본 아버지 게바라는 사랑할 줄 아는 분”

등록 2012-12-02 19:58수정 2012-12-03 15:38

첫 방한한 체 게바라의 맏딸 알레이다 게바라
다큐 ‘체 게바라-뉴맨’ 시사회 참석
부친의 시 ‘총에 대항한 총’ 노래도
“쿠바 사회주의는 민중의 뜻” 강조
20세기 위대한 혁명가가 남긴 유산은 바로 ‘사랑’이었다. 그리고 그의 딸은 처음 찾은 한국에서 그 유산을 큰 소리로 노래했다.

전세계 혁명의 아이콘이 된 체 게바라(1928~67)의 맏딸 알레이다 게바라(52·사진)가 11월30일 처음 한국을 찾았다. 쿠바와 한국의 교류 증진을 위해 내한한 그는 이날 서울대 라틴아메리카연구소가 주최한 행사에서 ‘아버지와 나’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저녁에는 체 게바라의 육성 등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다큐 영화 <체 게바라-뉴맨> 시사회에서 관객들과 대화를 나눴다. 소아과 의사인 그는 쿠바 아바나에 있는 ‘체 게바라 연구소’ 운영에도 간여하고 있다.

강연에서 그는 쿠바의 역사와 현실을 소개하면서, 아버지와 얽힌 여러 일화를 들려줬다. 특히 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났던 밤을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꼽았다. 쿠바를 떠나 콩고 혁명에 가담했던 체 게바라는 1967년 볼리비아 혁명에 참여하기 전 잠시 쿠바로 돌아와 가족들을 만났다. 아이들에게도 ‘아버지의 친구’로 행세할 정도로 비밀을 유지했는데, 당시 5살이었던 알레이다는 “외모마저 변한 아버지를 알아보진 못했지만, 그로부터 느꼈던 사랑을 통해 아버지임을 짐작했다”고 한다. 그날 그는 적포도주에 물을 타서 마시곤 했던 아버지의 취향을 떠올려 포도주잔에 물을 따라주기도 했고, 놀다가 뒷목을 다쳐서 의사이기도 한 아버지로부터 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 마법 같은 밤은 내게 ‘우리 아버지는 사랑할 줄 아는 분’이라는 사실을 평생 잊지 않게 해주었습니다. 아버지는 진정한 혁명가라면 ‘로맨티스트’여야 한다고 말하곤 했어요. ‘타인을 존중할 줄 알아야 협력과 연대를 이룰 수 있다. 인간 개개인만으론 아무런 가치가 없으며, 힘을 합쳐야만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지요.”

그는 자신의 기억과 어머니와 아버지 친구들이 전해준 이야기들을 통해 체 게바라가 노래를 지독하게 못했고 유머 감각이 풍부해서 줄곧 사람들과 농담을 주고받았으며, 피델 카스트로와의 우정을 보여주는 일화 등을 풀어놓았다. 강연 막바지에는 쿠바의 국민 가수 실비오 로드리게스가 체 게바라의 시를 노래로 만든 ‘총에 대항한 총’을 구성진 목소리로 불렀다. “민중들의 삶을 위한 에너지를 기억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했다.

게바라는 “쿠바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들이 너무 많다”고 거듭 지적했다. 예컨대 피델 카스트로에 이어 그 동생인 라울 카스트로가 집권하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쿠바 민중의 의지에 따른 것인데, 밖에서는 자신들의 잣대만 가지고 세습 독재로 비난한다는 것이다. 게바라는 “쿠바 사람들은 사회주의 체제의 가능성을 믿고 이것을 완성시키기 위해 계속 나아가고 있다”며 “외부 세력은 우릴 붕괴시킬 수 없으며, 우리의 체제는 오직 우리의 결정에 따라서만 붕괴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또 이것이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체 게바라의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게바라의 방한은 영화의 국내 개봉을 계기로, 한쿠바교류협회(AICC)와 쿠바혁명 정신을 홍보하는 단체인 쿠바국제우호협회(ICAP) 사이의 협력에 따라 이뤄졌다. 두 단체는 이날 ‘쿠바에 대한 미국 정부의 봉쇄정책에 공개적으로 거부 의사를 표명한다’ ‘미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테러 혐의를 씌워 구속한 쿠바 인사들의 석방을 지지한다’ 등의 내용으로 자매결연을 맺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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