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설관, 경제발전·산업화 집중
민주화운동 등 전시물은 빈약
“재검토” 요구 목소리 반영 안돼
민주화운동 등 전시물은 빈약
“재검토” 요구 목소리 반영 안돼
애초 우려한 대로였다. 26일 개관하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역사박물관)의 전시 내용이 박정희 정권 이래 경제발전과 산업화 치적은 집중 조명한 반면, 권위주의 시대의 국가폭력이나 민주화운동의 역사는 제대로 다루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역사박물관은 20일 서울 세종로에 있는 박물관으로 취재진을 불러, 상설전시관의 전시 내용을 공개했다.
상설전시관은 박물관 3~5층에 있다. ‘대한민국의 태동’ ‘대한민국의 기초 확립’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대한민국의 선진화, 세계로의 도약’ 등 개항기부터 오늘날까지 시대순으로 구분된 4개 주제에 따라, 4곳으로 영역이 나뉘어 꾸려졌다.
전체적으로 보면, 1960~70년대 수출 위주 경제발전과 ‘한류’로 대표되는 2000년대 문화 수출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가 두드러졌다. 공간이 가장 넓은 ‘대한민국의 성장과 발전’ 전시장의 경우 ‘한국 경제의 눈부신 성장’ 섹션은 벽면 전체를 대형 컨테이너 장식물로 꾸몄고 제철·조선 등 산업 부문 발전과정도 각각 따로 보여주는 등 전시내용이 풍성하다. 4주제인 ‘대한민국의 선진화, 세계로의 도약’도 88올림픽을 시작으로 박찬호·박지성 등 스포츠 스타들의 세계시장 진출, 반도체·노트북·휴대전화 등 국내 대기업의 수출 전략 상품 발전 과정, ‘소녀시대’와 같은 아이돌 그룹의 이름들이 새겨진 벽 등이 전시 내용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이와 달리, 민주화운동이나 군부의 정권 찬탈 등을 다룬 전시공간은 빈약하다는 느낌이 역력하다.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전시 내용은 주로 3주제관의 ‘시민사회의 성장과 민주주의’라는 섹션에서 5개 벽면을 활용해 3선 개헌 반대 운동부터 유신 반대 운동, 5·18광주민주화운동 등과 관련된 자료들을 진열했다. 인혁당 사건 등 국가폭력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찾아볼 수 없고, 대부분 당시의 문건 자료를 나열하거나 관련 영상을 틀어주는 정도에 그쳤다.
5·16쿠데타도 패널 하나에 “1950년대 대폭 팽창한 군의 일부 장교들은 군 수뇌부의 퇴진을 요구하다 5·16군사정변을 일으켜 합헌 정부를 무너뜨렸다”는 설명을 적어놓는 수준이다. 또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대립과 화해를 거듭한 남북관계’라는 제목으로 해방 뒤부터 오늘날까지의 남북관계를 5~6m 너비의 전시 공간에 배치하는 데 그쳤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벨 평화상 수상도 포함된 이 섹션 전체 크기는 파독 광부·간호사나 베트남전 파병을 다룬 섹션보다도 작다. 역사박물관의 전체 소장품 3만여점 가운데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것은 500여점에 불과하다.
앞서 박물관 쪽은 개관일정을 세 차례 바꾸고 관장직을 다시 공모하는 등의 파행으로 시민사회와 역사학계 등으로부터 ‘졸속 추진’ 비판을 받아왔다. 또 전시 내용 준비 과정에서도 뉴라이트 영향 등으로 ‘보수 편향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왕식 관장은 이에 대해 “성공사관, 자학사관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에 제기됐던 우려들은 개관 뒤 사라지리라 본다. 전시 내용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인 수렴 방안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 자문위원회에 맡겨 판단토록 할 것”이라는 답변만 내놓아, ‘원점 재검토’를 요구해온 시민사회·학계와 큰 시각 차이를 드러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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