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일 국학진흥원장
관료 퇴임뒤 ‘선비정신 전도사’ 활약 김병일 국학진흥원장
선비수련원 맡으며 ‘우리 것’ 심취
지난해 첫 저작 ‘퇴계처럼’도 펴내
“섬김 정신, 많은이들이 깨쳤으면”
선비수련원 맡으며 ‘우리 것’ 심취
지난해 첫 저작 ‘퇴계처럼’도 펴내
“섬김 정신, 많은이들이 깨쳤으면”
김병일(68·사진) 한국국학진흥원 원장은 그야말로 ‘잘 나가는’ 경제관료였다. 통계청장·조달청장과 요직을 두루 거쳐 2004년 기획예산처 장관을 끝으로 이듬해 공직에서 물러난 그는 우리 전통문화와 ‘선비정신’의 전도사로 변신했다. 지난해말에는 첫 저서로 퇴계 이황의 인간적인 면모를 담은 <퇴계처럼>(글항아리)을 펴내 인문·사회 분야 독자들과 평단에서 좋은 평가를 얻기도 했다.
19일 서울 사직동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만난 김 원장은 “젊은이들을 비롯해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 정신을 찾아 모여들고 있다”며 “정말 기분이 좋다”고 했다. 2009년부터 진흥원을 이끌고 있는 그는 2008년 경북 유림의 본산인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의 이사장직을 맡으며 ‘우리 것’에 본격적으로 빠져들었다고 했다.
“안동에서 우리 전통 정신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분들을 만나고 다양한 강연을 들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이 일흔에야 깨닫고 보니 ‘좀 더 어렸을 때, 더 젊었을 때 이걸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더군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빨리 이런 깨달음을 접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그 깨달음의 실체는 “자기를 낮추고 남을 섬기는 일”로서, 우리 선현들이 늘 강조해왔던 ‘선비정신’이다. 단적으로 말하면 부모를 공경하고 형제끼리 우애하는 정신이고, 옳고 그른 것을 가르고 인간관계를 다지는 ‘정신적인 가치’다. <퇴계처럼>에서도 대유학자 퇴계가 얼마나 자신을 낮추고 어머니·며느리 등 여인들을 섬겼는지 보여주는 일화들을 통해 ‘낮춤과 섬김의 리더십’을 제시하고 있다.
김 원장은 “일제 식민시대부터 남의 손을 거쳐 이뤄진 근대화, 서구 문물과 자본주의의 급속한 수입에 밀려 우리 본래의 정신을 도외시하고 물질적인 것에만 매달려왔다”고 진단한다.
“경제적인 성장에 견줘 행복지수가 턱없이 낮고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사실은 우리가 얼마나 정신적인 가치에서 멀어져 있는지 보여줍니다. 퇴계와 같은 선현들이 몸소 보여준 가르침을 통해 이를 회복해야죠. 또 고급한 정신문화는 더 나은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초가 되기도 합니다.”
선비문화수련원을 찾는 발길이 10년 전에 견줘 100배 넘게 늘고 있고, 국학원의 활동도 호응을 얻고 있어 다행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유치원생들에게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 프로그램만해도 2009년 시작 땐 30명이었던 할머니 참가자들이 새달이면 1천명으로 늘어나 전국 3천여 유치원에서 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또 옛 선조들의 일기에서 다양한 이야기꺼리를 발굴해내는 ‘스토리 테마파크’ 사업도 작가·출판기획자·영화감독·만화가 등 콘텐츠 제작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과거시험에 얽힌 이야기, 딸을 시집보내는 이야기, 노비의 도망에 관한 이야기 등 1800여개의 이야기 소재를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했다.
김 원장은 “사회 전반적으로 정신이 피폐해지다 보니, 착함·섬김·봉사와 같은 아름다운 가치들이 새삼 주목을 받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우리의 품격 높은 정신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최원형 기자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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