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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학술저서 18권보다 첫 소설이 뿌듯합니다”

등록 2013-02-27 20:06수정 2013-02-27 22:27

김민환(68) 고려대 명예교수
김민환(68) 고려대 명예교수
은퇴 뒤 소설 ‘담징’ 펴낸 언론학자 김민환 교수
60대에 제2인생 시작 젊을적 꿈 이뤄
임권택 감독 등 ‘매운 첨삭’ 큰 도움
“삶이 곧 드라마…은퇴자들 글 쓰길”
고희를 앞둔 언론학자가 ‘문학청년’의 꿈을 이뤘다.

한국언론사 연구의 개척자로 꼽히는 김민환(68)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자신의 첫 장편소설 <담징>을 펴냈다. 일본 호류사(법륭사) 금당벽화를 그린 고구려의 학승 담징에 관한 책이다. 지난 26일 <한겨레> 사옥에서 만난 김 교수는 “지난 50여년 동안 학자로 18권의 책을 펴냈지만, 이번에 소설책을 펴낸 것이 가장 뿌듯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2010년 고려대에서 정년퇴임한 김 교수는 전남 보길도에 내려갔다. 원래는 담징을 소재로 한 영화 시나리오를 쓰는 것이 계획이었다. 평소 친분이 있던 영화감독 임권택씨가 그의 시나리오 작업에 흥미를 보였고, 함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뜻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데 7세기 이야기인데다가 일본이 배경이어서 영화로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많았고, 결국 소설로 방향을 틀었다.

“젊을 때 꿈이 기자 생활을 하다가 말년에 소설을 쓰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학생운동에 몸담아야 했던 시대적 현실에 영향을 받아 학자의 길을 걸었던 것이죠. 결국 은퇴 뒤에서야 꿈을 이뤘네요.”

그는 보길도로 내려갈 때 스스로 “외롭고 쓸쓸하고 초라하게 살겠다” 다짐했다. 그런데 3년 동안 글짓기에 매달려 보니, “담징 스님이 늘 옆에 있어서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초라하지도 않았다”며 웃었다. 너무 힘들어 접으려 할 때마다 담징이 나타나 “요샌 왜 안 와?” 말을 걸기도 했단다.

담징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그의 전공과 관련이 있다. 언론사 연구자이다보니, ‘우리 말은 언제 생겼을까’ 궁금함을 가졌고, 매체인 종이의 역사를 살피다가 일본 고대사로 이어져 담징이란 인물이 일본 사회에 연자방아나 맷돌 같은 다양한 문물을 전파한 사실을 알게 됐고, 당시로선 존귀한 학승이 왜 민중 생활에 밀접한 도구들을 전하게 됐나를 추적해보기로 했다. “담징이 탁발승 노릇을 하며 민중 속으로 들어갔을 것이고, 그 이유는 깨달음을 앞두고 맞딱뜨렸던 번민, 곧 애욕이 있었을 것이라 상상해보는 식이죠.”

그는 “학자 생활하면서 인연이 닿은 사람이 많아서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임 감독으로부터는 담징과 여인의 정사 장면을 추상적으로 처리한 대목을 두고 “교수들은 섹스를 이렇게 싱겁게 합니까?” 핀잔을 받기도 했고, 서하진(경희대) 교수에게는 빨간 펜으로 부적절한 대목을 통째로 들어내는 ‘첨삭’을 당한 적도 여러번이었다.

“첫 학술저서를 냈을 때보다 책의 완성도는 떨어질지언정 기쁨과 만족감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커요. 내 또래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를 많이 썼으면 좋겠어요. 그들의 삶 하나하나가 다 소설이고 드라마 아닙니까? 은퇴자들의 ‘이야기’를 발굴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권장할 일입니다.”

김 교수는 다음 작품으로 만주 벌판을 배경으로 다양한 민족, 이념 세력들이 각축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고 했다. 한국 독립군과 러시아 적군이 교전했던 ‘자유시사변’이 가장 큰 모티프라 한다.

최원형 기자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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