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여당쪽 이사들도 해임안 상정 찬성…26일 처리결과 주목
문화방송(MBC) 최대 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26일 임시이사회를 열어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의 해임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전과 달리 이번에는 야당 추천 이사들뿐 아니라 여당 추천 이사들까지 해임안 상정에 찬성해, 그동안 공영방송 훼손, 개인 비리를 비롯해 수많은 의혹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김 사장이 실제로 해임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문진은 23일 오후 긴급 임시이사회를 열어 “공영방송의 거버넌스 체제에 대한 무시, 문화방송의 사유화 시도, 문화방송의 관리·감독 권한을 지닌 방문진 체제에 대한 거부”를 이유로 들어 김 사장의 해임안 상정을 의결했다.
앞서 22일 문화방송이 방문진과의 사전협의 없이 지역사 사장을 비롯한 20여명의 임원 인사를 내정하고 이를 사내 인트라넷에 공지한 것이 해임안 상정 의결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그동안 지역사 사장과 관계사 임원은 사내 추천위원회를 꾸려 공모하고 방문진과 협의하는 과정을 거쳐 선출해 왔는데, 이번에 김 사장이 기습적으로 인사를 내정·공지해 방문진의 권위와 절차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방문진의 ‘문화방송 관리지침’은 임원 선임을 사전협의 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한 이사는 “문화방송 쪽이 방문진과 협의 없이 임원 인사를 내정한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고 밝혔다.
방문진이 김 사장의 해임안을 상정하는 것은 이번이 네번째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동안 해임안에 반대했던 여당 추천 이사들까지 해임안 상정에 찬성한 상태이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해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8명 가운데 김충일 이사를 제외한 6명이 해임안 상정에 동의했고, 여기에는 선동규·최강욱·권미혁 이사와 같은 야당 추천 이사들뿐 아니라 김광동·차기환·김용철 이사 등 여당 추천 이사들도 포함됐다. 박천일 이사는 개인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고 김문환 이사장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26일 임시이사회의 표결에서 9명의 이사 가운데 과반인 5명 이상이 찬성하면 김 사장은 해임된다.
박재훈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홍보국장은 “지난해에도 김 사장의 해임안이 상정됐다가 부결된 바 있다. 이번에는 원칙과 절차가 지켜지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밝혔다.
최원형 기자, 문현숙 선임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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