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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그는 떠났지만…여전히 살아있다

등록 2013-04-01 09:32

장국영
장국영
4월1일 장궈룽 10주기
홍콩·한국서 추모물결
‘그날’ 이후 매년 4월1일 홍콩 만다린오리엔탈 호텔 앞은 떠나간 스타를 애도하는 팬들의 성소가 되었다. 2003년 4월1일, 홍콩이 낳은 영화 스타 장궈룽(장국영, 1956~2003)은 이 호텔 24층에서 스스로 몸을 던졌다. 팬들에겐 만우절 뉴스라고 믿고 싶은 거짓말 같은 소식이었다.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듯 커다란 눈망울을 가진 사내, 부드러운 목소리로 팬들을 사로잡은 가수, 영화 <영웅본색>에서 피를 흘리며 총을 쏘던 배우는 드라마 같은 죽음으로 더욱 강렬하게 팬들의 가슴에 남았다.

살아있다면 56살. 하지만 그는 여전히 팬들의 기억 속에서 아름다웠던 모습으로 남아있다. 그는 1987년작 <영웅본색>에 출연하며 아시아 최고 인기배우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후 <천녀유혼>, <아비정전> 등을 거쳐 <패왕별희>, <해피투게더>, 〈동사서독〉등을 통해 최고 배우 반열에 올랐다. 특히 홍콩 느와르 전성시대를 이끈 것 뿐 아니라 작가주의 영화, 중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시대극 등에서 눈부신 연기력을 과시했다. 또 애초 아시아 가요대회에서 2위로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입문할 만큼 가수로서도 뛰어났다.

올해 장궈룽이 세상을 떠난 지 꼭 10년을 맞아 그를 기리는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들이 이어지고 있다. 홍콩에선 그의 기일을 전후해 10주기 대형 추모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장쉐여우(장학우)와 저우후이민(주혜민) 등 현 홍콩 최고 스타들이 출연한다. 홍콩에선 장국영의 반신상이 5m 높이로 세워졌고, 전세계 팬들이 종이학 190만여개 접어 그의 부재에 대한 안타까움을 달래기도 했다.

홍콩만큼 장궈룽을 사랑한 한국에서도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장국영 역시 생전 수차례 한국을 찾으며 애정을 과시한 바 있다. 또 그가 사망하기 전 부산의 한 보육원에 10억대 기부금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회원이 1만5000명에 이르는 한국 팬클럽 ‘장국영사랑’은 기일 1주일 전인 지난달 24일 장궈룽이 출연했던 영화 <해피 투게더> 특별 상영회를 열며 일찌감치 추모를 시작했다. 그리고 한국영상자료원이 6일 서울 상암동 시네마테크 코파 1관에서 ‘장국영 10주기 특별전’을 연다. 대표작 <아비정전>과 <백발마녀전>을 무료 상영한다. 영상자료원이 해외 영화 배우의 추모전을 여는 것은 장궈룽이 처음이다. 자료원 쪽은 “국내외 유명영화인들의 추모전을 열고 있지만 장국영의 경우 이례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며 “사망 10년이 지났지만 장국영의 고정팬이 여전히 많기 때문인 것 같다”고 했다. 6일 현장에서 표를 발권하는데, 벌써부터 다른 추모 영화전보다 훨씬 많은 문의 전화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문의 02-3153-2075~77). 부산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도 5월 중으로 장궈룽 10주기 추모 특별전을 열어 대표작 10여편을 상영하고, 그가 출연한 영화 포스터 특별 전시회도 함께 마련할 계획이다.

10주기를 맞아 장궈룽에 대한 책도 나왔다. 영화잡지 <씨네21> 기자인 주성철씨는 최근 그의 자취를 되짚어 보는 책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장국영>(흐름출판)을 펴냈다. 영화 전문가이자 팬으로서 장궈룽의 영화를 반추하고 그가 생전 인연을 맺었던 장소 등을 찾아가 이 특별한 배우를 새롭게 재구성해보는 책이다.

이처럼 장궈룽에 대한 회상과 추모 열기가 뜨거운 것은 그가 한국을 비롯한 세계 영화팬들에게 강렬하게 각인된 시대적 상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장궈룽은 홍콩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권 남자 배우들 대부분이 강한 남성성을 내세웠던 것과 달리 <패왕별희>에서 보여줬듯 남성성과 여성성을 넘나들었던 배우였다. 연기의 폭이 그만큼 넓었고, 거친 수컷 같은 ‘나쁜 남자’부터 귀여운 바람둥이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홍콩 영화를 대표한 또 다른 스타 저우룬파(주윤발)보다 겨우 한 살 어렸음에도 그는 같은 또래 배우들보다 훨씬 어리고 섬세해 보였고 ‘영원한 젊은 오빠’로 영원히 기억된다. 김봉석 영화평론가는 “장궈룽은 무술이나 액션을 통한 남성성이 주류였던 과거 홍콩 영화계에서 미소년의 얼굴로 섬세한 연기와 대중적 매력을 두루 갖춰 지금도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개성을 갖춘 배우였다”며 “요절한 배우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해져 영화팬들한테 더 향수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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