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랑’]나도 문화인
⑤ 포털 스페셜로고 디자이너 신현경씨
⑤ 포털 스페셜로고 디자이너 신현경씨
‘기발하고 강렬하고 재미있게’
제작기간 1주일…1년에 30~40개
기념일 많은 5월 가장 힘들어
‘맞아 오늘이네’ 가볍게 즐기길 인터넷 포털사이트의 얼굴인 ‘로고’들은 특별한 날이 되면 변신을 한다. 기념일이나 의미가 있는 날이 되면 그날의 이슈에 맞는 디자인으로 꾸민 특별한 로고가 등장하는 것은 인터넷 세상의 문화가 됐다. 포털사이트들 사이에서 누가 더 기발하고 재미있는 디자인으로 특별한 로고를 선보이느냐는 또 하나의 승부의 장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브랜드체험팀 ‘책임 디자이너’ 신현경(34)씨는 네이버가 ‘스페셜 로고’를 선보인 이래 이를 전담하고 있다. 추석이나 현충일, 광복절 같은 기념일이 되면 그가 디자인한 특별 로고들이 누리꾼과 만난다. 칠월칠석 때는 구름 모양으로 바뀐 영어 로고 ‘NAVER’ 위로 견우와 직녀가 지나가고, 추석날에는 떡과 호박전 모양으로, 입동 때는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호빵 모양으로 로고를 만든다. 신씨는 1년에 30~40번 스페셜 로고를 만든다. 하루 수천만명이 보는 특별한 이미지인 만큼 톡톡 튀는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한 치도 틀린 정보가 있어서는 안 되는 실로 어려운 게임이다. “역사나 문화 관련 내용을 발굴해서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고등학생처럼 밤샘 공부도 합니다. 온갖 정보들을 모아서 궁리하다 보니 만물박사가 다 된 것 같아요.” 웃으며 말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부담감은 실로 상당할 듯했다. 스페셜 로고는 1990년대 후반 세계적 검색 사이트 ‘구글’이 ‘두들’(doodle)이란 변형 로고를 선보이며 시작됐다. 네이버는 2008년 크리스마스 때 첫 스페셜 로고를 내놨다. 초기에는 입춘 때 로고 옆에 자그마한 꽃과 나비 그림을 넣고, 정월대보름이면 로고 아래쪽으로 부럼을 그려넣었다. 누리꾼들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지면서 이후 스페셜 로고는 점점 더 특별해져야 했다. 움직이는 그림을 적용해 개천절에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였고, 어린이날엔 장난감 집을 짓는 입체영상이 선보이게 됐다. 24절기나 성탄절, 국경일 등으로 한정되던 소재도 다양해졌다. 팔만대장경 완성 760주년, 로보트 태권V 개봉 35주년, 경회루 준공 600주년처럼 평소 알기 어려웠던 정보성 일정들을 찾아내 알리는 구실도 한다. 신씨가 지금까지 만든 스페셜 로고는 모두 170여개. 가장 힘든 달은 5월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등이 줄줄이 이어지는 탓이다. 매년 돌아오는 특별한 날들에 맞게 해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짜내는 것도 쉽지 않다. 다른 포털들 스페셜 로고들과의 경쟁도 뜨거워졌다. 최근에는 각 포털들의 스페셜 로고를 모아 비교, 분석하는 누리꾼들도 등장했을 정도다. 사람들은 한 번 보고 재미있다며 넘어가지만 스페셜 로고 하나를 만드는 데는 일주일 가까운 기간이 걸린다고 한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않은 소재를 다뤄야 하고, 관련 내용을 폭넓고 정교하게 이해한 뒤 이미지 하나로 나타낼 수 있도록 핵심을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계속 새로운 것을 원하는 누리꾼들의 눈길을 끌 형식을 뽑아내기 위한 아이디어 싸움도 점점 치열해진다. 로고의 크기는 불과 10㎝ 정도.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을 채우기 위해 보통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 지난해 성탄절 때에는 신씨와 동료 디자이너들이 컴퓨터 대신 도마 앞에 섰다. 로고 모양의 쿠키를 만드는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어 영상 로고를 선보였다. 디자이너 4명이 달려들어 쿠키 전문가를 초빙해서 밤새 쿠키를 만든 다음 사진 120장을 컴퓨터그래픽으로 작업해 로고를 만들었다. 역시 지난해 입춘 때는 로고에 ‘立春大吉’(입춘대길)이란 한자를 넣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조를 받아 통일신라시대 명필 김생이 쓴 비석과 조선시대 송강 정철이 쓴 책 <송강가사>에 있는 글씨를 촬영해 디지털 작업으로 ‘立春大吉’ 네 글자를 집자했다. 이렇게 힘들게 디자인해도 사회적 정서나 시기가 맞지 않아 빛을 보지 못한 것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고은 시인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때마다 특별한 로고를 준비했지만 수상을 하지 못해 올리지 못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2011년 ‘세계 물의 날’에는 당시 일본 3·11 대지진 시기여서 물을 다룬 로고가 이웃 나라의 재앙을 연상시킬 수 있어 취소됐다. 스페셜 로고는 가장 간결하고 강력하게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신이 디자인한 메시지가 누리꾼들의 호응으로 이어질 때가 가장 큰 보람이라고 신 디자이너는 말한다. “스페셜 로고를 올리는 날은 저만의 전시회를 하는 느낌이에요. 정말 작은 크기지만 제겐 이 작은 로고가 ‘사람들과 소통을 하게 해주는 거대한 캔버스’ 같습니다. 앞으로도 애니메이션과 음향을 결합한 새 형식이나 재밌는 소재를 발굴해서 더 많은 누리꾼들이 공감하고 찾아올 수 있도록 할 겁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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